'흙수저 집안서 애 낳으면 생기는 일'…이재명이 공유한 한 청년의 글
by김민정 기자
2020.11.14 13:39:52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20년 가난의 결. 낡고 나이브한 청사진으로는 바로 손절 당합니다”라고 밝혔다.
이 지사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네이트 판 게시판에 올라온 ‘요즘 흙수저 집안에서 애 낳으면 생기는 일’이라는 게시물을 공유하며 이같이 말했다.
자신을 20대 초반의 ‘가난한 집 생존자’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가난한 동네에서 나고 자랐는데 부모님 싸우는 문제 80퍼(센트)가 돈 때문이다. 자식들은 그거 보면서 달달 떨고 같은 동네 친구들은 각양각색으로 불행 서사 깔고 시작한다”라며 “그러다 중학교 올라가고 뺑뺑이로 어쩌다가 학군 괜찮은 부촌 걸리면 더 지옥. 나만 다른 세상, 나만 못 사는 느낌이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난한 집 애들과 중산층 집안 애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이 다르다. 쟤네한테 나는 인간으로 보이긴 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라며 “흙수저 부모님은 학원이 공부하는 곳이라고만 생각해 인강(인터넷강의)으로 때우라고 하는데 학원은 10대 애들끼리 친목도 하는 곳이라는 걸 이해 못한다. 사실 이해하고 싶어하지 않는 걸로 보임. 본인 먹고사는 일도 퍽퍽하다고 느껴서 애들 문제는 작게만 보이니까 공감해주길 귀찮아한다고 느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글쓴이는 “카스트 제도처럼 정해진 순리대로 살아가게 만들어 놓고 긍정을 강요해봤자 집을 뛰쳐나가 절연하고 비혼하고 살 궁리만 하지, 가족관계는 파탄 나고 진전되지 않는다”라며 “국장(국가장학금)으로 학비 내고 방학 때 알바(아르바이트) 풀타임 뛰면 그럭저럭 대학 생활 무난하게 마칠 수 있는데 집 때문에 학자금 대출 풀로 땡겨서 부모님 드리고 자긴 빚더미에서 시작한다는 흙수저 선배들 보면 그냥 안쓰럽다. 그것이 흙수저 생의 대물림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글에 대해 이 지사는 “읽다 보면 찢어지게 가난했던 제 얘기 같으면서도, 또 요즘 시대의 가난의 결이란 더 극명하고 촘촘하게 청년들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 있구나 절감한다”라며 “소년공 이재명이 제철 과일 못 먹어 서럽고, 쓰레기 치러 다니면서 남들 시선에 열등감 느끼고, 공장에서 일하다 팔이 굽어 좌절했다면, 요즘의 가난한 집 청년들은 그에 더해 화목하지 못한 가정에서 상처입고, 부동산 격차로 무시당하고, 어릴 때 예체능 학원 다녀보지 못해 박탈감 느끼고, 그렇게 부모로부터 경험자본과 문화자본을 물려받지 못해 생기는 간극으로 좌절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 지사는 “글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듯 이 격차는 카스트제도처럼 소위 ‘학벌’에서의 격차로 이어진다. 부모의 소득수준이 대학진학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은 새로운 뉴스도 아니다”라며 “한해 고교졸업생 중 약 6%만이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고 나머지 94%는 비수도권 대학에 진학하거나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다. 압도적 다수의 청년들이 학벌을 계급장 취급하는 사회에서 생존투쟁을 벌이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거나 중소기업에 들어가 투명인간처럼 살아간다. 이전과는 다른 구조화된 불평등의 양상이다”라고 했다.
더불어 이 지사는 “이런 사회는 지속가능한 사회가 아니다. 이 청년 전태일들에게 개인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다그치거나 섣불리 정치를 통해 세상을 바꾸자고 훈계하는 것이 얼마나 사려깊지 못한 방식일까”라며 “당장 매순간 상처입고 하루하루 먹고 사는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청년들에게 좌파니 우파니 하는 소리가 얼마나 뜬구름 같은 소리이겠냐. 이 대다수 청년들의 마음을 돌리는 일, 변화의 정치에 함께 하도록 손내미는 일. 아주 사려깊고 끈기있게 해야 할 일이다. 낡고 나이브한 청사진으로는 바로 ‘손절’당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