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한종완 기자
2018.11.05 08:00:37
지난 1일 대법원의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을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비판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대법원은 개인의 종교·양심적 신념이 병역 거부에 정당한 사유로 인정했다. 하지만 여론은 이 기준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견해다.
개인의 양심과 진실성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느냐의 문제부터 객관적인 평가 기준 여부도 도마 위에 올랐다. 누가 판단하느냐에 따라 심사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법원은 양심을 심사하기 위해 개인의 가정환경과 성장 과정, 사회경험 등 삶 전반적인 모습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지만 기준이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반대한 4명의 대법관 역시 양심의 존재를 명확히 증명하고 심사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양심을 심사할 수 없다’, ‘양심의 기준이 뭐냐’ 등의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난 2012년 육군 병장 만기 제대했다고 커뮤니티에 밝힌 김모(27)씨는 “아직 대체복무 등의 구체적인 대안도 없고 양심 심사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진정성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모(22)씨 역시 “대법관은 자신의 양심에 객관적인 점수를 매길 수 있느냐”며 “양심과 신념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박씨는 “부모님의 강요에 의해 어릴 적부터 매일 억지로 교회를 다닌 사람은 강한 신념을 지닌 것이냐”며 대법원의 판결을 강하게 비판했다.
판단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점을 이용한 악용가능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늘부터 여호와의 증인 신자가 되겠다”, “새로운 종교를 하나 만들어서 군대에 안 가야겠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네티즌들은 ‘내 2년의 가치는 저들의 양심보다 못했구나’(@날****), ‘군대 가기 싫으면 특정 종교를 믿어야 하느냐’(@bs*****), ‘대체복무 뭐로 시킬 건지 결정은 하고 저런 판단하지 우린 미쳤다고 2년 끌려가느냐’(@ta******) 등의 부정적인 댓글을 남겼다.
내년 2월 입대를 앞둔 김모(22)씨는 “군대에 안 갈 수 있다면 기꺼이 여호와의 증인 신자가 되겠다”며 “두려움 앞에서 양심을 속이는 일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2013년 강원도 모 사단에서 근무한 안모(26)씨는 “양심적 병역거부의 대안과 기준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다”며 “이렇게 무죄판결 받으니 군대에 다녀온 내가 바보가 된 기분”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 A교수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오모씨의 병역법 위반에 대한 상고심일 뿐”이라며 “이 판결의 의미를 지나치게 확대해서 바라보면 양심적 병역거부자 판단의 문제가 계속 제기된다”고 말했다.
A교수는 “이번 대법원 판결과 지난 6월 헌법재판소의 병역법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대체복무 입법을 함께 봐야 한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적용할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면 모호한 기준을 악용한 ‘가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줄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