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어린이집 방학대란…"맞벌이 어쩌라고" Vs "교사도 휴가가야"

by안혜신 기자
2018.07.22 11:50:39

7월 말~8월 초 어린이집 '가정보육기간'
전체 휴원은 불법..통합보육 등 제한 운영해야
복지부 "방학불가 공문 매년 보내, 점검은 지자체 책임"
대체교사제도 확대 등 보완책은 비용부담이 문제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맞벌이 부부인 A씨(34·여)는 아이 어린이집에서 방학 안내문을 받았다. 7월 말 닷새간 어린이집이 방학을 하는 동안 등원할지 여부를 묻는 내용이었다. A씨는 아이를 등원시키겠다고 적어 보냈다. 며칠 후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다. 원장은 “방학 기간동안 조리 교사도 휴가여서 도시락을 싸서 보내야 한다”면서 “다른 아이들은 모두 쉬기로 해 그 기간동안 혼자 등원해야 한다”고 했다. A씨는 부랴부랴 지방에 있는 친정에 연락해 어린이집 방학동안 아이를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A씨는 “회사일 때문에 일주일동안 휴가를 낼 수 없어 어쩔수없이 아이를 지방 친정에 보내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7월말~8월초 어린이집과 유치원 방학기간이 다가오면서 맞벌이 부부들은 이기간 동안 아이를 맡길 곳을 찾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대부분 보육시설이 7월 말~8월초 일주일 가량 ‘가정보육기간’이라는 명목아래 문을 닫는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휴가를 내기 힘들거나 아이를 맡아줄 곳이 마땅찮은 맞벌이부부는 아이 돌봐줄 곳을 찾아 골머리를 앓는다.

원칙적으로 영유아보육법과 보건복지부 지침상 보육교사 하계휴가 등을 이유로 어린이집이 문을 닫는, 소위 말하는 방학은 존재할 수 없다. 사전 보육수요조사 등을 통해 등원을 원하는 아이가 있을 경우 통합보육을 실시하거나 보조교사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가정보육 수요를 파악하는 보육수요조사가 사실상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직장인 B씨는 “어린이집 자율등원 확인서에 부모 사인을 받기는 하는데 이미 ‘안보낸다’에 표시가 돼 왔다”며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사인만 해서 보냈다”고 말했다. B씨는 하는 수없이 어린이집 방학기간에 맞춰 남편과 번갈아 휴가를 냈다.

유치원은 방학이 더 길다. 유아교육법에 따라 1년 180일 이상 교과과정을 운영하면 원장이 자율적으로 방학 기간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치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2~3주 가량이다.



그나마 주로 맞벌이 부부가 이용하는 종일반은 일주일 정도만 쉬고 다른 날은 등원 가능하다. 하지만 방학중 등원하면 주로 자유 선택활동으로 시간을 보내는 등 단순 돌봄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버스 운영을 중단하는 곳도 적지 않아 맞벌이 부부 중 대다수는 이 기간에 맞춰서 휴가를 낸다.

또 다른 직장맘 C씨 역시 “3주의 유치원 방학 중 실제 방학은 일주일인데 고민하다가 아예 여름휴가를 맞춰내기로 했다”며 “방학 기간이 극성수기라 휴가비용 부담이 큰데도 영유아 자녀를 둔 직원들끼리는 비슷한 방학기간동안 휴가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제는 매년 여름 휴가철마다 이러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방안은 요원하다는 점이다. 원론적으로 대체교사제도 확대 등이 해법으로 제시되지만 비용부담이 만만찮다는 점에서 당장 시행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도 매년 되풀이되는 방학 대란을 알고 있지만 사실상 전국 4만개가 넘는 보육시설을 모두 점검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어린이집에 ‘방학 불가’ 지침 공문을 보내고 있다”며 “지자체에서 이를 위반하는 어린이집을 직접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역시 나름의 고충이 있다.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수요조사에서 전체 원아 중 한두명이라도 등원한다고 하면 교사 10명이 돌아가면서 출근해야 한다. 심지어 이 기간동안에는 밥도 교사가 한다”며 “교사도 한 가정의 엄마고 여름휴가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어린이집 방학 문제는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문제지만 최근 들어 보육교사 인권 문제가 부각되면서 더욱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며 “원칙적으로 어린이집은 방학이 없어 맞벌이 부부가 필요하다면 어린이집에 확실한 의사를 표현해야하고, 정 어렵다면 육아종합지원센터 등의 임시 보육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