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IT용어]미세먼지, 30년 전 더 심각했다고?
by조용석 기자
2018.04.14 11:33:47
54% 더 높았던 1988년 미세먼지…안개·흐린날로 인식
WHO “1급 발암물질…한해 700만명 조기사망 원인”
미세먼지, 중국서 오지만…공신력 얻기엔 시간 필요
|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지난 1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시민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출근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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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외출할 때면 늘상 농도를 확인하고 마스크를 챙기는 모습이 일상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것은 최근 몇 년 사이지만 실제로는 오래 전부터 인류를 위협해 왔다고 말한다.
미세먼지(Particulate Matter)란 아황산가스, 질소산화물, 납 등 유해물질을 포함하며 대기 중 떠다니거나 흩날리는 직경 10μm(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미세한 먼지다. 1㎛는 0.001㎜에 해당하는 작은 크기다. 미세먼지(PM10·10㎛ 이하), 초미세먼지(PM2.5·2.5㎛ 이하), 극초미세먼지(PM1·1㎛ 이하)로 구분하며 입자가 작을수록 인체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미세먼지가 최근 몇 년 사이 큰 이슈가 되고 있지만 과거에는 더욱 심각했다.
서울특별시 대기환경정보에 따르면 1988년 서울시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68㎍/㎥으로 지난해 서울 평균(44㎍/㎥)과 비교하면 오히려 54.5%가 높았다. 2007년 서울의 미세먼지 평균농도(61㎍/㎥) 역시 지난해 농도보다 훨씬 더 높았다. 30여년 전보다 훨씬 나아진 셈이다.
2013년부터 측정한 서울 지역 평균 초미세먼지(PM2.5) 역시 2013년 44㎍/㎥, 2014년 46㎍/㎥, 2015년 45㎍/㎥, 2016년 48㎍/㎥, 2017년 44㎍/㎥으로 비슷한 수준을 계속 유지해왔다.
어수미 서울보건환경연구원 대기환경부장은 “예전에는 미세먼지를 날씨가 안 좋거나 혹은 안개가 꼈다고 인식했었을 것”이라며 “가시거리 역시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서울시의 경우 시내버스를 2015년부로 모두 천연가스 버스로 교체, 종전 경유(디젤)버스가 내뿜던 발암물질도 대폭 줄었을 것으로 봤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에 대한 확실한 경각심을 갖게 된 계기를 2013년과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서 찾는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2013년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데 이어 2014에는 미세먼지로 조기 사망하는 인구가 7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는 “종전에는 연구자들만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WHO의 발표 이후 모든 이들이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된 것”이라며 “꾸준히 좋아졌던 서울의 미세먼지 수치가 WHO 발표 시기부터 더 좋아지지 않거나 다소 나빠지면서 더욱 크게 체감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서울시 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 추이(자료 = 서울특별시 대기환경정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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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는 국내 자체 발생과 중국 등 해외유입이 혼합돼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국내 미세먼지의 주요원인으로 △공장 등 사업장 △발전소 △경유차 △비산먼지 등이 지목됐다. 특히 공장이나 발전소가 많지 않은 지역은 경유차의 영향이 높다는 분석이다. 서울시가 경유차에 대한 끊임없는 규제안을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발생은 자체 노력으로 저감할 수 있다지만 문제는 해외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다.
환경부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가 2016년 5월부터 6월까지 수행한 ‘한-미 협력 국내 대기질 공동 조사(KORUS-AQ)에 따르면 서울 올림픽 공원에서 측정된 초미세먼지(PM2.5)의 기여율은 국내 52%, 국외 48%로 나타났다. 국외의 경우 중국내륙 34%, 북한 9%, 등으로 분석됐다.
국내 다수의 미세먼지 연구결과 역시 중국을 미세먼지 주요유입국으로 본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표준연)은 최근 지난해 중국의 설날인 춘절기간 현지에서 사용된 불꽃놀이 폭죽 성분이 지난해 1월28~30일 한반도 전역을 뒤덮은 초미세먼지의 주요 구성성분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이 여전히 미세먼지 유입국임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강력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는 과학적 입증이 다소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국내 연구진만으로 구성된 조사는 국제사회에서 공신력을 얻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경환 국가전략프로젝트 미세먼지사업단 팀장은 “중국이 미세먼지 유입국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몇 달 조사가 아닌 1~2년 이상 데이터 축적이 필요하다”며 “또 국내 단독 조사보다는 한-미 협력 국내 대기질 공동 조사처럼 해외 주요국과 함께하는 조사가 많아져야 국제사회에서 공신력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