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페이 청년'에서 '인기 유튜버' 되기까지
by김유성 기자
2016.11.12 10:15:45
9개월만에 구독자 14만명 모은 '혜서니' 스토리
자신만의 콘텐츠와 팬들 끌어 모을 '소통' 중요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나도 인기 크리에이터(1인 콘텐츠 제작자) ‘대도서관’이나 ‘양띵’처럼 될 수 있을까. 최근 들어 유튜브나 아프리카TV에서 자신만의 영상 콘텐츠를 올리며 미래의 대도서관을 꿈꾸는 이들이 늘었다. 특히 유튜브는 다양한 영상 콘텐츠가 올라오면서 국내 주된 영상 콘텐츠 생태계로 자리잡고 있다. 전문 유튜버 수만 국내 30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어떻게 해야 성공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을까. 비결은 간단하면서도 어려웠다. 자신만의 콘텐츠와 이를 지지해주는 팬들의 확보가 최대 관건이다. 예쁜 외모까지 겸비했다면 팬들의 지지를 얻기 한결 쉽다.
올해 스물세살의 박혜선 씨는 인기 유튜버로 활동중이다. 지난 2월 ‘혜서니’라는 닉네임으로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지 8개월만에 14만 구독자를 모았다.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처럼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카메라로 담아 유튜브에 올리면서 인기를 끌었다.
혜선 씨는 얼마전 국내 콘텐츠 대형 기업 CJ E&M(130960)의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사업 브랜드 ‘다이아티비(DIA TV)’의 러브콜을 받고 파트너 크리에이터로까지 성장했다. 유튜브 활동 9개월만에 거둔 성과다.
지난 9일 혜선 씨의 자택을 CJ E&M 직원과 함께 찾았다. 혜선 씨의 집은 서울 시내 한 대형 오피스텔에 있었다. 방 2개에 거실 하나, 여느 오피스텔 구조와 다르지 않았다.
특이한 점은 거실이 휑할 정도로 가구나 집기류가 없다는 것. 거실이 바로 혜선 씨의 스튜디오이자 작업장인 셈이다. 혜선 씨가 사는 집 안이지만 개인 공간과 분리된 공공의 공간이다.
혜선 씨가 1년도 안돼 대기업의 파트너 크리에이터 제안을 받게 된 비결은 간단했다. ‘소통’이었다. 주로 유튜브에 붙는 댓글이 소통의 창구다. 혜선 씨는 “영상에 붙은 댓글에 일일이 답글을 단다”고 말했다. 팬들과 소통을 위한 ‘의지’와 성실함까지 겸비하면 인기 크리에이터를 위한 기본 바탕은 되는 셈이다.
깔끔한 외모와 자신만의 콘텐츠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혜선 씨는 예전부터 페이스북 팔로워를 5만이나 몰고 다닐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얼굴 예쁜 사람을 선정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소개될 정도였다. 그는 “엄청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깔끔하게 자기를 소개할 정도의 꾸밈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팬들은 주로 10대 후반, 20대 초반 또래 여성들이다. 구독자의 80% 가량이다. 내숭 없이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보인 게 혜선 씨의 인기 비결이다. 요새 유행하는 ‘걸 크러시’의 전형인 셈.
혜선 씨는 자신의 방송에서 욕설을 한다거나 남성 방문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 야한 얘기를 하지 않는다. 또래가 모여 서로의 일상을 나누던 게 어느새 혜선 씨의 일이 됐고 생활이 됐다.
혜선 씨는 본인이 촬영을 하면서 편집까지 한다. 편집 기술은 사진학도 시절 배웠다. 사진과 영상을 편집하는 일이 많았던 전공 덕분이다.
매일 영상을 만들고 편집해야 하는 성실성은 기본이다. 혜선 씨는 촬영 후 편집 완료 전까지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영상과 싸워야 했다. 때론 개인 사생활까지 포기해야할 정도로 영상 편집에 공을 들이곤 한다.
촬영 콘셉트를 정하면 본인이 직접 촬영을 한다. 길거리나 여행지에서 자신의 모습을 찍을 때는 셀카봉에 휴대폰을 끼워 촬영한다. 본인의 자택 겸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할 때는 캠코더나 D-SLR로 찍는다. 주인공은 언제나 본인과 본인 주변 사람들이다. 촬영 때면 생기발랄한 20대 초반 여성으로 돌아가곤 한다.
크리에이터에 있어 악플은 부수입 같다.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악플에 상처받곤 한다. 혜선 씨도 무관하지 않았다.
악플에 대한 혜선 씨 반응은 의외로 덤덤했다. 혜선 씨는 “예전에는 무시했다. 그런데 가만히 놓아두니 팬들끼리 싸우는 꼴이 돼 악플은 달리는데로 바로 지운다”고 말했다.
수입은 어떨까. 일단 혜선 씨 수입의 대부분은 유튜브로부터 나오는 광고다. 광고 수입을 7(크리에이터) 대 3(유튜브)으로 나눠 갖는 구조다. 최근 들어서는 다이아티비를 통해 들어온 간접 광고도 추가됐다.
혜선 씨는 “영상을 오후 7시에 올리면 하루 동안 조회수를 보는데 5시간 동안 많으면 7만, 적으면 3만 정도 모인다”고 말했다. 유튜브 영상 클릭 하나 당 1원의 수입이 붙는 게 진짜냐라는 질문에 “광고를 잠깐만 보거나 스킵하는 경우도 많다”며 “1원도 후한 편”이라고 대답했다.
유튜브 구독자 몇 만이 돼야 유의미한 수입이 될까. 쉽게 말해 전업 유튜버로 시작할 수 있는 기본 베이스다. 개인마다 다르지만 혜선 씨는 “7만때부터 어느정도 (먹고 살만한) 수익이 나왔다”고 말했다.
사진작가는 혜선 씨의 꿈이었다. 사진이 좋고 사진 작가가 되고 싶어 전공도 사진학과를 선택했다.
문제는 사진학과를 나온 20대 초반의 사회 초년생이 사회에 발 붙이기가 힘들었다는 것. 혜선 씨는 사진 스튜디오에서 보조로 일을 하면서 열정페이에 시달렸다. 주말 결혼식 촬영 아르바이트도 했지만 사진 일로 자리 잡기란 쉽지 않았다.
우연히 친구의 유튜브 활동을 목도하고 주변 콘텐츠 제작 회사들의 권유에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딱히 절실하지도 않았다. 재미있을 것 같아 시작했다.
9개월이 지난 지금 혜선 씨는 자신의 팬 그룹 ‘해바라기’와 소통하고 영상을 만든다. 돈도 번다. 대기업의 파트너 제안을 받았고 일간지 기자와 인터뷰까지 하게 됐다. 자기 콘텐츠만 있으면 누구나 인기인이 될 수 있는 세상의 혜택을 입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