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환자, 서서히 폐가 굳는 ‘특발성폐섬유화증’ 조심해야

by이순용 기자
2014.06.13 09:16:46

명확한 원인 규명과 치료 어려워...위험인자 있다면 적극적으로 예방해야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말랑말랑한 고무 풍선과 같은 폐가 어떤 원인에 의해 굳어져 불기 힘들어지거나 불면 터져버리는 풍선과 같은 형태로 변하게 되는 질환이 있다. 아직까지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데다 치료법 마저 뚜렷하지 않아 ‘불치병’으로 불리기도 한다.

바로 ‘특발성폐섬유화증’이다. 흡연은 특발성폐섬유화증의 가장 중요한 발병인자로 알려지고 있는데, 최근에는 당뇨병도 이 질환을 일으키는 위험인자로서 주목을 받으며 관련된 각종 연구가 진행 중이다. 폐를 굳게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특발성폐섬유화증이 어떤 병이며, 당뇨와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당뇨를 동반한 특발성폐섬유화증 환자의 임상적 특징

당뇨병이 특발성폐섬유화증을 유발하는 하나의 위험인자로 연구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호흡기내과 정성환, 경선영, 김유진 교수팀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전국 대학병원에서 특발성폐섬유화증으로 진단받은 환자 1,685명의 정보를 활용해 당뇨와의 관계를 분석했다.

전체 대상자 중 17.8%에 해당하는 299명이 당뇨를 동반한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를 동반하지 않은 환자군과 당뇨를 동반한 환자군을 비교해 분석했을 때 당뇨병이 있는 환자에서 망상결절과 벌집양상이 우세한 소견을 보였다.

또 당뇨가 있는 환자군의 고혈압, 심혈관질환 유병률이 당뇨 없는 환자보다 높았다. 당뇨가 있는 환자가 특발성 폐섬유화증을 동반하게 되면 예후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폐암으로의 발전 여부는 두 군이 의미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위암, 방광암, 대장암, 혈액암 기타 암으로 발전한 비율은 당뇨가 있는 환자들이 높았다.

◇폐 약한 당뇨환자, 정기적으로 폐검진 받아야

아직까지 ‘당뇨가 특발성폐섬유화증을 유발한다’고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당뇨병이 특발성 폐섬유화증을 유발 할 수 있는 위험인자이며, 특발성폐섬유화증 환자의 폐조직 및 혈청에서 당뇨 환자와 비슷하게 정상인에 비해 혈청 최종 당화 물질(AGE)이 높게 측정되는 소견이 연구진에 의해 밝혀지는 등 상당 부분 연관성이 있음이 증명됐다.



아울러 당뇨가 동반된 경우 고혈압 및 심혈관질환 유병률 또한 높았다는 점은 경각심을 갖게 한다. 당뇨 환자들이 안과 질환, 신경 질환 등에 대해서는 경각심을 갖지만 폐질환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인식도가 낮았다.

정성환 교수는 “당뇨와 특발성폐섬유화증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연구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당뇨 환자 가운데 폐질환 가족력이 있거나 환자 본인이 폐가 약하다면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특발성폐섬유화증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발성폐섬유화증의 원인과 증상, 진단

특발성폐섬유화증은 간질성 폐질환의 하나로 폐 조직이 단단하게 굳어 기능을 떨어뜨리는 병이다. 폐 조직은 본래 말랑말랑한 상태로 팽창·수축하며 호흡을 해야하는데, 이 조직이 굳어지면서(폐섬유화) 폐 기능을 저하시키는 것이다.

병 초기에는 운동을 하거나 높은 계단이나 등산을 하는 등 호흡이 빨라지는 경우에 숨이 가뿐 정도로 증상이 나타나지만 굳어지는 폐 조직 범위가 넓어지면 일상생활에서도 호흡곤란과 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게 된다. 증상이 악화되면 체내 산소가 부족해 청색증이 나타나거나 만성적인 저산소증에 의해 손가락 끝이 둥글게 되는 곤봉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폐 섬유화가 진행될 수록 이러한 증상이 심해진다.

현재로선 특발성폐섬유화증의 원인이 뚜렷하게 밝혀진 바 없다. 환경적 요인과 바이러스, 유전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할 것으로 추측된다. 2011년에는 가습기 살균제가 폐섬유화증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이 밝혀져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다수환자들의 특성을 봤을 때 폐에 악영향을 끼치는 대표적인 인자인 ‘흡연’이 특발성폐성유화증의 가장 중요한 발병인자가 아닐까 여겨지고 있다. 환자들 대부분이 장기간 흡연을 해온 50세 이상 남자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 한다.

특발성폐섬유화증은 폐 조직을 떼어내는 조직 검사 방법이 가장 정확하지만 최근에는 고해상도CT를 활용한 진단이 핵심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고해상도CT를 통해 본 폐조직이 형태가 일정하지 않고 벌집모양을 보이거나 그물망 모양의 망상결절을 보이면 특발성 폐섬유화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치료할 수 있는 특효약은 없는 상황이다. 병의 진전을 다소 억제해주는 약제로서 퍼페니돈과 엔아세틸 시스테인등의 약물 요법을 사용하거나 급성 악화시에는 스테로이드를 투여한다. 진행된 환자에는 장기적인 산소 치료를 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