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층 시력 저하 무조건 노안일까? '방치하다 실명할 수도'

by이순용 기자
2013.12.04 09:11:20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은 노안과 달리 안개 낀 듯 시야가 뿌옇게 보여
안과에서 가족이 함께 AGDS검사 시행하면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주부인 최희숙(51) 씨는 1년 전쯤부터 한쪽 눈이 침침하고 잘 보이지 않아 병원에서 시력검사를 받았다. 왼쪽 눈은 0.7정도의 시력이 나왔으나, 오른쪽 눈은 시력검사표의 맨 윗줄 외에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의사는 “각막이상으로 시력이 저하됐으며, 완치가 어렵다”고 말했다. 최씨는 최근에 제대한 아들이 라식수술 사전검사에서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이라는 유전병 때문에 수술을 받을 수 없다’는 진단을 받은 후에야 자신도 같은 질환임을 알게 됐다.

평균 연령 50대 이후 시력이 저하될 경우 대부분 원인이나 질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찾기보다 노안이 왔다고 생각하고 방치한다. 하지만 정확한 질환명이나 시력저하의 원인을 찾지 않고 자외선 노출 혹은 각막에 자극을 주는 행위 등이 지속되면 심한 경우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

배계종 인천 부평성모안과 원장은 “노안은 근거리의 시력장애와 시야가 흐려지는 증세가 나타나며, 먼 것과 가까운 것을 교대로 볼 때 초점의 전환이 늦어지는 특성이 있는데, 아벨리노 각막이상증과 같이 유전질환으로 인한 시력저하는 시야에 안개 낀 것처럼 뿌옇게 흐려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반드시 안과를 방문해 유전자 검사(AGDS)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각막에 생기는 흰 점은 노안 아닌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의 정식명칭은 제2형 과립형 각막이상증으로 양안 각막 중심부에 혼탁이 발생하는 상염색체 우성 유전질환이다. 각막 혼탁은 서서히 진행되며 나이와 개인 생활 및 환경에 따라 진행 속도에 차이가 있다. 질환의 발현은 BIGH3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사람이 생활 자외선인 UVB의 영향을 받았거나 각막의 상처 등으로 인해 급격하게 진행되기도 한다.

부모 중 한명이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일 경우 자식에게 유전될 확률은 50%이며, 일반적으로 10대이후에 각막에 흰 점이 보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30대가 지나서도 각막에 흰 점이 나타나지 않고 자각 증상을 전혀 느끼지 못하다가 노년에 이르러 시력이 손상될 수도 있다.



눈에 이물감이나 통증 등 불편함 없이 시력만 저하되기 때문에 대부분 자신이 유전질환이 있는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젊은 층에서는 흰 점이 육안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무턱대고 라식수술 이나 라섹수술 등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시력교정술을 하면 각막 혼탁이 급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반드시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유전자 검사(AGDS; Avellino GENE Detection System)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유전자 검사(AGDS)는 안과에서 간단한 방법으로 진행된다. 면봉으로 입안을 몇 차례 긁어 검사기관에 보내면 약 2시간 후 결과를 알 수 있다. 시력교정술 사전검사 외에도 연령별 안과 종합검진 시 가족이 함께 AGDS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

◇ AGDS유전자 검사 후 평소 생활 습관 바꿔야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의 경우 평소 생활에서 주의를 기울이면 흰 점의 발현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눈을 자주 비비는 등 나쁜 습관을 고치는 것이 좋다. ▲눈이 건조하고 뻑뻑할 때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인공눈물 등을 자주 넣어준다. ▲콘택트렌즈를 장시간 착용하는 것을 삼가고 특히 렌즈 착용 후 잠자리에 드는 것을 피한다. ▲낮 운전, 야외활동 등 자외선에 직접적으로 노출 될 때 모자와 자외선 차단 선글라스를 착용한다. ▲사람이 많은 장소에 가거나 동적인 운동을 할 때는 보안경을 착용해 이물질이나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것이 좋다.

배계종 원장은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외에도 평소 눈 건강을 위해 안과 검진을 자주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전병뿐만 아니라 백내장, 황반변성 등 나이관련 질환도 조기에 발견할 경우 질환의 속도를 늦추고 실명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