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 커피` 쓴 맛, `태희 커피` 노렸는데..

by문정태 기자
2012.04.25 10:10:00

라이벌 `태희 커피` 노렸는데 자사제품 점유율 잠식
동서식품 "점유율 떨어졌지만 실제 판매량은 늘었다"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25일자 01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문정태 기자] 동서(026960)식품이 김연아를 광고 모델로 기용해 경쟁사 제품(모델: 김태희)에 대해 견제에 나섰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와 쓴맛을 다시고 있다.

동서식품은 지난 2월 맥심화이트골드(일명 연아 커피)를 출시했다. 지난해에 출시한 남양유업의 프렌치카페(일명 태희커피)가 동서식품의 대표 제품인 `모카골드`의 시장을 10% 이상 잠식하자, 이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였다.

화이트골드를 알리기 위해 동서식품은 초강수를 선택했다. CF모델로 광고계의 최대 거물인 김연아를 기용한 데 이어 경쟁 제품인 프렌치카페처럼 커피에 `우유`를 넣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 동서식품 모델 김연아, 남양유업 모델 김태희

업계에서는 동서식품이 김연아에 지급한 광고출연료와 방송광고 진행을 위해 투입한 비용이 줄잡아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동서식품이 물량공세에 나서자 당시 남양유업은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1위 기업이 후발주자의 제품을 따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해 업계 안팎으로부터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소 엉뚱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연아 커피`가 출시된 후 `태희 커피`의 매출 점유율은 올라가고 있는데 반해 동서식품의 주력 제품인 모카골드 매출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

실제로, 대형마트 A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전체 봉지 커피 시장에서 모카골드의 판매비중은 60% 내외였고, 올 1월에도 58%가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화이트골드가 출시된 2월부터 49.1%로 떨어지더니, 3월 49.7%, 4월(23일기준) 45.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화이트골드(연아 커피)의 판매 비중은 2월 11.2%, 13.3%, 14.8%로 나타났다. 동서식품의 두 제품을 합치면 60% 내외로 지난해와 별 차이가 없다. 반면 남양유업의 프렌치카페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14~18% 사이의 매출 구성비를 보였다.



연아 커피 출시 후인 올해 2,3월에도 프렌치카페의 점유율의 기조에는 변함이 없었다.  화이트골드 커피가 경쟁제품(프랜치카페가)이 아닌 자사의 제품의 경쟁력을 잠식했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동서식품은 모카골드커피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연아 커피가 믹스커피 시장 전체를 확대해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낮아 보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연아 커피가 출시되자마자 판매량이 급격히 늘면서 모카커피의 점유율이 낮은 것처럼 보인다"며 "실제로 모카커피의 판매량은 45%가량 늘어났다"고 말했다.

경쟁사인 남양유업(003920)은 여유있는 표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유야 어쨌든 동서의 공격적인 광고·홍보가 남양에게는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며 "오히려 우유를 함유한 프렌치카페의 우수성이 더 잘 알려진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