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양효석 기자
2009.02.17 10:45:00
KT "합병 후 마케팅경쟁 지양..가격인하 전략구사"
경쟁사업자 "포화된 통신시장서 마케팅경쟁 불가피"
KT-SKT 이통시장 충돌 우려
[이데일리 양효석기자] "더 이상 마케팅비용으로 통신시장을 흔들지 않겠다. 대신 요금을 낮추고, 손실분은 비용절감으로 채우겠다"
지난달 20일 이석채 KT(030200) 사장이 KTF와 합병을 공식화하면서 한 말이다. 합병후 마케팅 경쟁으로 타사 가입자를 빼오는 경영을 하지 않겠다는 것. 이는 포화된 유·무선 통신시장이지만 출혈경쟁보다는 가격 등 본원적인 경쟁을 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포화된 통신서비스 시장에서 가격경쟁은 한계가 있다는 견해다. KT와 같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중이 높은 회사는 비용구조가 커 가격을 낮추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시내전화 부문의 적자를 이동통신에서 채워주는 원가구조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경영학에서 가격인하는 기업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경쟁 수단이다. 한번 내려간 가격은 소비자 저항이 강해 다시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가격인하로 인한 이윤감소는 고정비 처럼 회복될 수 없는 비용개념이 된다. 가격인하 폭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따라 KT-KTF 합병후 가격경쟁이 벌어질지, 마케팅경쟁이 벌어질지 주목받고 있다.
◇`제로섬 게임`된 통신시장..치열한 전쟁중
작년 7월25일 KTF가 2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총매출은 2조2922억원으로 양호했지만 영업손실 139억원, 당기순손실 315억원으로 시장에 충격을 줬다. KTF가 분기 기준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지난 1999년 이후 처음이다. 마케팅비용 과다로 인한 적자전환이었다.
작년 2분기 이동통신시장은 보조금 과열 양상이 벌어지면서 가입 통신사를 변경하며 단말기를 바꾸는 번호이동가입자가 급증했다. 실제로 6월중 번호이동가입자는 KTF가 48만6705명으로 가장 많았고, SK텔레콤 40만3601명, LG텔레콤 19만2490명 등 총 108만2796명을 기록했을 정도다. 시장이 안정된 작년 하반기 번호이동가입자가 월평균 30만∼40만명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마케팅 경쟁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유선시장에선 KT가 수성하고 SK브로드밴드·LG파워콤 등 후발사업자가 공격하는 양상이다. 무선시장에선 SK텔레콤이 수성하고 KTF·LG텔레콤이 공세를 펴고 있다. 최근 결합상품과 사용기한약정으로 가입자 이탈을 방지하는 락인(lock-in) 효과가 있지만, 아직도 마케팅경쟁은 대세다. 국내 통신시장이 가입자 포화상태로 제로섬 게임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에는 KTF에서 발단된 3세대 경쟁이 전체 이동통신시장으로 번져 마케팅경쟁이 치열했다"면서 "하반기들어 시장은 안정화됐지만, 올해 KT-KTF 합병 이후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동통신 요금을 인하하면 소비자들이 시내전화 대신 이동전화를 사용, KT-KTF 합병법인 입장에선 `무선요금 인하에 따른 수익감소와 시내전화 이용감소에 따른 수익감소`등 이중 부담을 갖게 된다는 우려다. 때문에 합병법인은 요금인하 경쟁 보다는 공격적 보조금 지급, 결합판매 등을 통한 가입자 유치경쟁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과거 10년이 보여준 경쟁전략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