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강종구 기자
2005.12.09 10:00:15
내년 성장률 전망 3.3%에서 4.5%로 상향조정
한국수출, 더이상 가격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금리인상 불구 내수회복 걸림돌 안돼
[이데일리 강종구기자] 한국 경제에 대해 쓴 소리를 늘어 놓던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앤디 시에가 그간의 비관론을 완전히 접고 `낙관론자`로 변신했다.
한국은행이 8일 콜금리 추가 인상을 한 뒤 내놓은 9일자 보고서는 그간 경기회복을 부인하고 한국 경제의 추락 가능성을 경고하던 그의 것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다.
시에는 이날 보고서에서 한은의 콜금리 인상 조치에 대해 "예상치 못했다"면서도 `잘한 결정`이라는 칭송을 보냈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통제범위보다 낮은 상황에서의 금리인상은 인플레 기대를 통제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며 "가격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은 경기회복에 중요하다"고 말한 것. 금리인상이 물가안정을 통한 지속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한 것이다.
그는 이어 "성장에 대한 기대로 물가압력이 커질 수 있으며 따라서 점진적인 경제회복을 유도해 인플레이션 기대를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시에는 "금리인상은 예상치 못한 결과"라면서도 "한은 총재가 최근 경제회복이 지속될 것이고 물가상승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한 점을 감안하면 놀랄 일도 아니다"고 평가했다.
내년 경제에 대한 성장률도 상향 조정했다. 비록 한국은행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 5.0%보다는 낮지만 종전 3.3%에 비해서는 크게 높은 4.5%까지 눈높이를 끌어 올렸다.
물가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올해 2.7%에서 내년 3.0%, 근원소비자물가를 올해 2.3%에서 내년 2.8%로 내다봤다. 한은 전망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
시에의 이같은 변신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그는 지난달말 보고서에서조차 "한국의 경제회복은 수출에 국한된 일일 뿐"이라고 치부했고 지난 8월에는 "한국경제가 진짜 바닥을 보지 못했다"고 쓴 소리를 했다. 이달 초에는 집값 하락과 엔화 약세로 인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경제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경제에 대해 낙관론자로 변신한 이유는 놀라울 정도의 호조를 보이고 있는 수출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더 이상 가격에만 의존하고 있지 않으며 디자인이나 기술을 갖추고 있다"며 "경쟁력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기 때문에 엔화에 대비해 원화가 추가 강세를 보여도 수출이 입는 타격은 일시적이며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원화 절상은 (오히려) 한국 자산에 대한 투자를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수회복은 여전히 더디지만 그렇다고 금리인상이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가 과거에 비해 부진한 것은 임금증가율이 정체돼 있고 고령화에 대비해 저축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란 것. 기업의 투자부진 역시 신뢰부족과 제조업 공동화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시에는 "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투기대책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에 급격한 가격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유동성이 풍부하지만 수출이 잘돼 유동성이 계속 공급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시에는 내년 상반기중 한은이 콜금리를 0.50%포인트 추가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한은의 통화정책은 여전히 경기완화적인 수준"이라며 '내년 상반기에 콜금리가 0.50%포인트 추가 인상될 것이며 이는 최소한 향후 6개월동안은 금리수준이 경기회복을 지원하는 낮은 수준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시에는 또 "한국의 금리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단기 중립금리를 4.5% 근방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