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정훈 기자
2005.09.27 10:01:15
성장동력확충, 양극화해소 등 `큰 정부`로 역할전환
민간참여 확대로 투자 내실화도 병행
R&D 통일외교 복지 늘리고 수송 교통 줄이고 `대비`
[이데일리 이정훈기자] 내년도 정부가 지출하는 총 재정규모는 221조4000억원으로 올해보다 6.5% 증액됐다. 추경을 포함한 올해 세출증가율 6.4%와 거의 비슷해 효율적인 살림살이가 요구되는 수준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양극화를 해소하며 저출산·고령화, 고유가 등에 대응하는 등 적극적인 재정역할이 기대되는 부문에서는 `작은 정부` 대신 `큰 정부`로 전환을 모색하는 반면 민간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내실화를 기할 방침이다.
이같은 내년 예산안의 대원칙은 분야별 재원 배분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은 올해보다 무려 15.0%나 증액되며 공공질서 통일 외교 예산이 13.8%, 사회복지 및 보건이 10.8%, 문화 관광과 국방 예산이 각각 9.8% 늘어난다.
그러나 민간자본을 유치하기 쉬운 수송과 교통, 수자원 예산은 오히려 2.7% 감액됐고 농림 해양수산은 2.0%, 산업과 중소기업 예산은 4.5% 증액되는데 그쳤다.
◇원천기술 개발과 과기인력 양성에 집중투자
내년 예산 증액율에서 단연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R&D분야는 최근 낮아지고 있는 잠재성장률을 더 늦기전에 높일 수 있는 토대로서 인식되고 있다.
R&D분야에서는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과 대형 연구개발 실용화, 21세기 프론티어사업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사업부문에 우선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우선 원천기술 개발 역량을 강화해 신기술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기초 및 원천연구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올해 22%인 기초연구 비중은 내년에 24%로 높아지게 되고 2007년에는 25%로 늘어날 전망이다.
또 `물적 투자`에서 `인적 투자`로 전환한다는 방침 아래 첨단 핵심기술 분야의 인력 양성에 중점 투자하기로 했다. 올해 1739억원이던 예산규모는 4035억원으로 대폭 증액됐다.
지방대학 혁신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에 대한 지원도 672억원에서 972억원으로 늘렸다. 지방 중소기업과 지방대학, 연구소간 공동 연구 등에 중점을 둬 국가균형 발전과 동반 성장을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국가균형발전 분야에서는 인구와 면적 및 기본요소와 노인인구 비율 등 낙후도 요소를 종합 고려해 지자체간 재원배분 모델을 개발하고 지자체 선호도가 낮은 재해예방사업은 국가직접사업으로 편성해 지원규모를 14.7% 확대했다.
아울러 정부는 `균형발전 로드맵`상에 있는 주요 국정과제 사업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대덕 R&D특구에 대한 지원이 100억원에서 250억원으로 늘어나고 산업단지 클러스터 지원이 300억원에서 463억원으로 늘어난다. 신활력사업은 성과평가와 인센티브 등을 통해 성공사례 창출에 중점을 두고 지방 R&D지원도 10% 증액했다.
◇개성공단 개발 및 북한영유아 지원 적극확대
통일·외교분야의 총 예산은 올해보다 무려 36% 증액된다. 이중 가장 큰 부분은 남북협력기금 등 지원을 확대해 남북교류 협력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부분이다.
개성공단 개발과 북한 영유아 지원을 위해 남북협력기금의 일반회계 출연금을 올해 5000억원에서 내년 6500억원으로 크게 확대해 개성공단 기반시설 구축 지원을 285억원에서 547억원으로 늘리고, 새로 250억원을 들여 영유아 및 산모 영양개선과 질병관리를 돕기로 했다.
새터민들이 우리 사회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정착지원금도 407억원에서 431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우리의 경제력 규모에 상응하는 국제사회에서의 역할 강화와 재외국민 보호활동을 위한 예산도 큰 비중으로 책정됐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 지원을 1647억원에서 1910억원으로 확대하고 UN을 비롯한 국제기구에 대한 분담금 지원도 1474억원에서 1847억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국민소득대비 ODA 비율을 올해 0.07%에서 내년 0.08%로, 오는 2009년까지는 0.1%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공공질서 및 안전 분야에서는 법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국민에 대해 국선변호 지원을 174억원에서 350억원으로 늘리고 법률구조 역시 210억원에서 232억원으로 확대 지원키로 했다.
불법체류 외국인 보호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지원규모를 40억원에서 61억원으로 늘리고, 새롭게 100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교도소내에 전자경비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174억원을 들여 첨단범죄 예방을 위한 과학수사장비 보강과 인권보호 강화를 위한 전자녹화실 확충사업도 추진된다. 재해위험지구 정비와 방재관련 R&D 등 재해예방에 대한 투자도 늘어나게 된다.
◇사회안전망 획기적 강화..저출산대책 본격 추진
내년도 정부가 주안점을 두고 있는 사회복지 및 보건분야에서는 기초생활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빈곤층과 소외계층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저출산대책도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빈곤층 보호 확대를 위해 우선 내년중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143만명에서 162만명으로 19만명 늘리고 가구원의 사망, 사고 등으로 위기에 처한 가정에 신속한 지원이 이뤄지도록 긴급복지지원 제도도 도입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제외된 차상위계층 지원을 위해 8만7000명의 사상위계층 12~18세 아동에 대한 의료급여로 44억원이 투입되고 차상위계층 자활근로사업에 대한 투자가 632억원에서 948억원으로 대폭 증액된다.
무주택 빈곤층을 위한 주거 안정차원에서 매입임대주택을 연간 4500호 공급하고 전세임대도 연간 1000호씩 공급하기로 했다. 또 전세자금 금리도 영세민에게는 3%에서 2%로, 근로자와 서민에게는 5%에서 4.5%로 각각 인하해주기로 했다.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1691억원이던 예산을 내년에 2909억원으로 크게 늘려 6만9000명의 일자리를 13만4000명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공공보건의료 확충을 위해서는 농어촌보건소 신축(289개소→302개소)과 장비 지원 등에 나서고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노인전문병원 2개소를 짓고 장기 요양병상 공급을 두 배인 1800개로 늘리기로 했다.
합계출산율이 1.16명까지 낮아지는 등 예상보다 빠른 저출산 추세에 대응해 보육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불임부부에 대한 시술비를 지원하는 등 본격적인 저출산대책을 추진하게 된다.
정부를 보육료 지원대상을 도시 평균소득의 70%이하 계층까지 확대하고 차상위계층에 대한 보육료 지원수준을 80%에서 100%로 인상하기로 했다. 또 1만4000명의 불임부부에 대한 불임시슬비용 지원으로 213억원을 배정했다.
◇軍 핵심전력 높이고 사병월급도 조기 현실화
우리 예산에서 늘 높은 증가율을 차지하는 국방 예산은 내년에도 10.5%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다만 차이점은 군대 규모를 소수 정예화하는 방향에 대비해 핵심전력을 높이고 사병들의 사기를 높이는 쪽으로 집중 투자한다는 것.
F-15K 전투기와 이지스 구축함 등 핵심전력 강화를 위해 전력투자비 비중을 올해 33.9%에서 내년에는 34.8%로 높이고 첨단 무기체계 자체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비도 4.5%에서 4.8%로 비율을 높인다.
병영문화 개선을 위해 사병 내무반을 조기에 개선하기 위해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동시에 BTL 투자도 적극 유치, 올해 141개 부대에 이어 내년 229개 부대 내무반을 고치기로 했다.
사병 봉급 역시 병영생활 기본경비 수준으로 조기에 현실화하기로 하고 상병기준으로 올해 4만6600원인 월급을 내년에 40% 늘어난 6만5000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문화 관광분야 역시 내년 예산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우선 국민의 다양화 문화욕구 충족을 위해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를 꾀하기로 했다.
문화산업 고도화를 위해 영화 방송 신문 등 제작기반 확충과 문화기술 대학원 설립(카이스트내 59억원) 등으로 기술개발과 전문인력 양성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주40시간제 확산에 발맞춰 관광자원 개발에 1625억원을 집중 투자하고 여가 캠핑장도 40억원을 들여 8개소를 짓도록 했다. 태권도 공원 조성과 국가대표 종합훈련장 조성, 지방체육시설 확충 등은 스포츠분야의 중점사업이다.
◇경제분야, 국책사업 에너지 농어촌 등 선별투자
내년도 예산안에서 정부주도로부터 민간주도로 전환을 꾀하게 되는 경제분야의 경우 대규모 국책사업과 에너지 확보사업, 농어촌 대책 등 선별적인 분야에 효율적인 자금 집행이 이뤄지는 것이 특징.
수송과 교통, 지역개발 분야에서는 올해 18조3000억원이던 재정투자 규모가 17조8000억원으로 줄어드는 대신 민자유치 활성화와 공기업 자체 투자 확대 등으로 수송교통 기반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키로 했다.
실제 수송과 교통 등 SOC예산은 감소하지만, 내년도 공공부문의 건설투자 규모는 10% 수준으로 증가한 49조원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규모 국책사업은 차질없는 지원이 이뤄진다. 2단계 인천 국제공항과 부산신항, 광양항, 경제자유구역 기반시설 등이 대표적인 것으로 이에 대한 재정투자는 1조1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으로 소폭이나마 증액됐다.
도시철도의 경우 지하철 부채상환 등을 차질없이 지원하기 위해 3024억원에서 5370억원으로 예산을 크게 늘렸다.
농림 해양 수산 분야에서는 농업과 농촌 투융자, 수산업과 어촌 투융자 등 농림에 119조원, 수산에 12조원의 종합대책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농어가의 생활안전을 위해 건강보험료 경감, 영유아 양육비 지원대상 확대, 목표가격과 산지쌀값 차액의 85%까지 보전하는 직불제 확충 등 복지 및 소득지원 예산은 2조5000억원에서 3조5000억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산업 중소기업 분야에서는 혁신형 중소기업을 2009년까지 3만개 육성키로 한 것과 관련, 기술개발비로 3964억원을 지원하고 중소기업 경영 안정화를 위해 신용보증 지원을 6500억원에서 9000억원으로 확대했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으로 어려움을 겪은 만큼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해외유전 개발과 석유 비축사업에 예산을 5062억원에서 7645억원을 늘려 잡고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개발과 보급 지원도 3242억원에서 4232억원으로 확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