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인 줄 알았는데 호프집 직원” 14년 사귄 여자친구 살해

by홍수현 기자
2023.09.25 09:11:42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14년간 사귄 애인이 직업을 속였다는 이유로 살해한 50대가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사진=게티 이미지)
24일 수원지법 제13형사부(부장판사 박정호)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51·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또 1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할 것을 명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26일 오전 3시쯤 14년 동안 사귀던 B씨가 잠든 사이 그의 목 부위 등을 흉기로 여러 차례 강하게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숨진 여자친구와 2008년쯤부터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던 사이였다.

그는 범행 전날 오후 9시쯤 B씨와 자신의 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말다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해 11월 B씨의 직업 때문에 한 차례 갈등을 빚었던 일도 파악됐다. A씨는 그동안 B씨 직업을 계약직 공무원으로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B씨는 호프집에서 남성 손님들의 술시중을 들고 있었다. 이에 A씨는 분노와 배신감을 느꼈다.



이후 여자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말다툼을 했고, 여자친구가 잠이 들자 A씨는 여자친구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A씨는 “여자친구로부터 종교적인 얘기를 들은 후 환각과 환청이 들렸다”며 “사건 범행 당시 여자친구가 자신을 해하려 하는 무리와 함께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사실에 공포감에 질린 상태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하라는 환청을 듣고 살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범행 경위와 방법, 정신감정 결과에 비추어봤을 때 범행 당시 A씨가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누워있는 피해자를 수 차례 강하게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는 점에서 살해 고의가 매우 확정적”이라면서 “인간의 생명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존귀한 가치를 침해하는 것은 어떤 방법으로도 회복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고 판시했다.

A씨는 폭력 전과가 있는 데다 재범 위험성도 ‘높음’ 수준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