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진상 패악질” 뿔난 지지자에… 박지현이 남긴 말은

by송혜수 기자
2022.06.02 08:01:59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1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패배하자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됐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한 뒤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사진=뉴스1)
2일 박 위원장의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에는 일부 지지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박 위원장이 선거를 앞두고 대국민 사과를 비롯해 ‘586 용퇴론’ 등 쇄신안을 내놓으면서 당 수뇌부가 갈등하는 모양새를 만들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었다.

이들은 박 위원장을 향해 “모든 책임은 당신에게” “당신 때문에 망했다” “박지현을 모셔온 대가를 민주당이 톡톡히 치렀다” “당신이 만든 판이니 이제 책임지시라” “이번 비대위는 무능함과 헛발질의 결정판” “비대위를 당장 해체하고 박지현은 선거 참패의 책임을 져야 한다” “선거철에 내부 총질은 왜 했나” 등의 댓글을 달았다.

특히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지상파 방송 3사(KBS, MBC, SBS) 공동 출구조사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지현이라는 역대급 진상의 패악질은 분명히 복기해야 한다”라며 “자기 지지자를 ‘진정한 개딸 맞냐’며 혐오하고, 다니는 곳마다 자당 정치인의 함량 미달을 탓했다”라고 책임론을 언급했다.

이어 “민주당 망하도록 굿 벌이는 레거시 미디어들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니 좋았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그 장단에 춤춘 저 철부지에게 경고라도 제대로 했냐. ‘그럴 거면 왜 나를 불렀냐’고 하면 ‘네가 스스로 메시아라고 생각하냐’고 맞받아쳤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도 출구조사 발표 직후 이뤄진 박 위원장의 인터뷰를 두고 “민주당 비대위원장이 민주당이 심판당했다고, 마치 남의 정당인 듯이 말한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박 위원장은 KBS와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대선에 이어 두 번째 심판을 받은 게 아닌가 싶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국민들이 민주당을 신뢰하지 못하는구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부진의 원인에 대해선 “아무래도 민주당이 좀 더 대선 이후에 쇄신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모습을 보여 드린 것 같아 아쉽다”며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된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는 견제론보다는 정말 쇄신하겠다는 새로운 모습을 더 많이 보여드렸어야 하지 않나 하는 마음이 크다”라고 했다.



이에 황씨는 “민주당에 애착이 없는 이들이 선거를 이끌었는데 이길 리가 없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내부의 혼란에다 비정상적 언론 상황에도 이 정도의 성적이면 잘 싸운 것”이라며 “민주당 지지자 여러분, 버팁시다. 더 단단해집시다”라고 덧붙였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1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스1)
한편 이번 선거를 박 위원장의 책임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친 민주당 성향의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에는 박 위원장에게만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이들은 “박지현만 문제가 아니라 박지현도 문제인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박지현 탓하는 분위기 조금 아쉽다” “3개월 정치 신인을 지는 게 예견된 지방선거에 앉힌 것도 모자라 망하면 박지현 때문이라고 하는 게 상식적으로 웃기지 않느냐” “민주당 살린 게 젊은 여성들인데 박지현 위원장을 까고 있다” “박지현 없었으면 이길 선거인 척하지 마라”라고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희가 많이 부족했다”라며 “지지해 주신 국민 여러분 감사하다. 질책해 주신 국민 여러분 고맙다”라고 전했다.

그는 “아쉽게 고배를 마신 후보들께 감사와 위로의 인사를 드린다. 승리한 후보들께도 진심으로 축하 인사를 드린다”라며 “특히 역전에 성공한 경기 김동연 후보님, 정말 고생하셨다. 경기 승리는 우리가 인물을 바꾸고 쇄신의 의지를 보인다면 국민들은 언제든지 기회를 준다는 증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우리는 지방선거에 완벽하게 패배했다. 불행히도 국민의 마음을 얻는데 철저하게 실패했다.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변화와 쇄신을 미뤘다”라며 “민주당이 많이 부족했다. 국민 여러분의 두 번째 심판, 겸허히 수용한다. 새로운 민주당으로 더 젊은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라고 다짐했다.

이어 “특별히 민주당의 변화를 믿고 새 희망의 불씨를 만들어 주신 2030여성들께 감사드린다”라며 “그리고 죄송하다. 더 용기를 내지 못했다. 더 빠르게 나서지 못했다. 더 과감히 실천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여러분의 지지와 염원은 결코 잊지 않겠다. 끝까지 함께 하겠다”라며 “차별과 격차와 불평등이 없는 세상, 힘들어도 여러분과 같이 하겠다. 끝내 이기겠다. 죄송하다. 고맙다”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