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환경부 고위간부 줄소환…`윗선개입 풀` 靑인사수석실 소환도 불가피
by노희준 기자
2019.03.09 08:27:39
[환경부 블랙리스트]수사 어디까지, 앞으로는
김은경 전 장관 소환 조사…환경부 2차례 압수수색
사표 제출 문건 관련 BH 지시 진술·물증 확보
''윗선'' 개입 의혹 청와대 관계자 소환 불가피
| 지난해 12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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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지난해 연말 김태우 전 수사관이 문재인 정부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등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의 사표 제출 현황’이란 문건이 지난해 12월 26일 국회에서 공개됐다. 해당 문건에는 환경공단 등 환경부 산하기관 8곳의 임원 24명의 사표 제출 현황(사표 제출, 사표 제출 예정, 반발 등)이 나와 있다.
환경부는 이 문건이 공개되자 처음에는 문건을 작성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후 김태우 전 수사관 요청으로 자료를 작성해 윗선에 보고 없이 제공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김 전 수사관은 “환경부 감사담당관실에 문건 작성을 요청한 적이 없다”며 맞섰다.
해당 문건을 공개한 자유한국당의 고발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12월 27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 등 5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애초 고발장은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됐지만 이후 검찰은 사건을 서울동부지검으로 넘겼다.
서울동부지검은 이후 환경부 관계자 등에 대한 줄소환에 나섰다. 초점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표 제출과 후임 채용 과정 등에 청와대 등 ‘윗선’ 개입 여부를 밝히는 데 맞춰졌다.
수사의 첫 단계로 김은경 전 장관의 소환 조사에 집중했다. 해당 산하기관을 직접 관리·감독하는 주무부처 수장이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지난 1월 말 첫 조사에서 피고발인 신분이었지만 이후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지고 신분도 피의자 신분으로 변경됐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의 최측근인 노모 정책보좌관에도 주목해 소환 조사했다. 청와대와 김 전 장관의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한 인물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박천규 환경부 차관도 1월 22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표 제출 현황 문건과 관련해 청와대 인사수석실의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환경부 관계자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환경공단 상임감사 면접 전후로 청와대로부터 수 차례 연락을 주고 받았다는 취지의 환경부 고위 간부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2차례에 걸친 압수수색을 통한 물증 확보에도 주력했다. 1월 14일 세종청사 내 환경부 차관실, 감사관실, 기획조정관실, 인천 한국환경공단 등을 1차로 압수수색 했다. 이 과정에서 감사관실 컴퓨터 속 ‘장관 전용 폴더’(장관 보고용 폴더)를 발견했다. 여기에는 환경공단 임원의 사퇴 여부와 산하기관 임원들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등에 대한 감사 계획 등이 담긴 문건이 있었다고 한다.
지난달 28일에는 박모 기획조정실장 사무실 등을 추가 압수수색했는데, 박 실장은 지난해 8월까지 청와대 선임행정관으로 일했던 인물로 청와대와 환경부 사의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을 사는 인물이다. 박 실장은 실제 환경공단의 2차 상임감사 공고 직전 당시 환경부 자연환경정책실장을 맡으면서 공단의 임원과 감사 등의 선발에 관여하는 임원추천위원회에 당연직 비상임이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법조계는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대한 압수수색과 관계자에 대한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서울동부지검은 청와대 관계자 조사에 앞서 김 전 장관 등을 조만간 재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