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글씨' 경종..대법원서 뒤집힌 홈플러스 개인정보 매매 유죄

by김현아 기자
2017.04.09 10:47:13

경품 고지서에 깨알 글씨로 보험사 정보제공 표시 의무 다한 것 아냐
보험사 사전필터링 역시 위탁아냐..별도 동의 받아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소비자단체들이 1심 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 부상준 부장판사)에게 보낸 항의 서한 내용 중 일부다. 홈플러스의 고객정보 판매 행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에 1㎜ 크기 글씨로 작성한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경품 응모권에 1mm 글씨(4포인트)로 보험사에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을 표기했다면, 기업들이 관련 법상 소비자 고지 의무를 다한 것일까.

원심 재판부는 글씨 크기와 관계없이 표기 했으니 고지 의무를 다했다고 본 반면, 대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판단해 화제다.

앞서 지난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6단독(부장판사 부상준)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5부(부장판사 장일혁)는 홈플러스 등이 경품행사를 통해 고객 개인정보를 취득한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깨알 글씨로 썼지만 ‘보험사에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었다는 것이다.

△경품 응모자 중 30%가 동의사항에 체크하지 않은 것을 근거로 응모한 소비자들이 개인정보가 보험회사에 제공된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것이고 △1mm의 글씨크기는 복권이나 다른 약관에서도 사용되는 크기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또△홈플러스가 고객 회원정보를 제3자 제동 동의 없이 보험회사에 제공한 행위 역시 기업 내부 업무를 위해 개인정보를 주고받은 행위에 해당하므로 불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난 7일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 2016도13263)의 판단은 달랐다.

홈플러스가 보험사에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판매한 사건에 대해 종전 1심과 2심의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종 유죄를 판결했다.



대법원은 소비자가 경품행사에 응모할 때, 아무런 대가 없이 이뤄지는 행사인지 아니면 개인정보를 보험사 등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사인지가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경품응모권에 1밀리미터 크기의 글씨로 기재된 것을 읽기가 쉽지 않고, 짧은 시간 동안 응모권을 작성하면서 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여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가 어렵다고 봤다.

결국 홈플러스의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제72조 제2호에서 규정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동의를 받는 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원심법원은 홈플러스가 보험사의 사전필터링을 위하여 개인정보를 제공한 행위에 대해 홈플러스의 개인정보를 판매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제공한 것이므로 이는 위탁에 불과해 소비자의 동의를 별도로 받지 않더라도 문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에 대해 보험회사는 단순한 수탁자가 아니라 자신들의 독자적 이익과 업무처리를 위하여 홈플러스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제3자에 해당되므로 소비자로부터개인정보처리에 관한 동의를 받지 아니한 이상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경실련,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환영했다.

시민단체들은 성명서를 내고 “대법원이 개인정보 매매의 심각성을 알리고, 기업의 개인정보처리의 윤리를 바로 세웠다”고 평가했다.

한편 참여연대·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등은 홈플러스와 보험사를 상대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이유로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