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세형 기자
2013.06.05 10:00:00
금값 하락에 너도나도 금매입..뒷금 시장선 웃돈 얹기도
[이데일리 김세형 기자] 박근혜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정작 금은 다시 장롱 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최근 수년간 가파르게 올랐던 금값이 떨어지면서 금을 찾는 수요가 다시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재산 은닉과 탈세를 노린 ‘뒷금(무자료 금)’ 거래가 판을 치고 있는 탓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값이 내림세를 타면서 시중은행에서 골드바가 날개 돋힌 듯 팔려 나가고 있다.
실제로 신한은행의 한달 평균 골드바 판매량은 지난해 200Kg 안팎에서 올 들어 500Kg까지 늘었다. 한달 판매금액만 300억원에 달한다. 올 3월 판매를 시작한 국민은행 역시 한달 평균 200Kg 가까운 골드바를 팔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중순 키프로스가 나라 빚을 갚기 위해 금 매도에 나섰다는 소식으로 금값이 하룻새 10% 가까이 급락한 뒤 수요가 더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혼수시장에서도 금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금값 폭등으로 한동안 주춤하더니 최근 다시 금 예물을 찾고 있는 예비부부들이 늘고 있다. 최근 결혼식을 올린 A씨는 “결혼 카페에서 예물에 관한 조언을 듣던 중 다이아몬드보다는 최근 값이 떨어진 금이 더 낫다는 의견이 많아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의 인기가 다시 치솟고 있는 반면 무자료 거래도 다시 늘고 있다. 그러면서 한동안 공식 유통채널로 쏟아져나오던 금이 다시 지하로 흘러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 2008년 중간도매상들이 금을 신고하면 세금 일부를 감면해주는 고금 의제매입세액공제를 시행한 이후 장롱 속 금들이 대거 공식 유통채널로 나왔다.
시행 첫 해엔 883억원 규모에 그쳤지만 2009년 7046억원, 2011년 1조2615억원 등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주얼리업계 관계자는 “세금 혜택에다 값이 크게 오르자 현금화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금이 양지로 많이 나왔다”며 “그런데 최근 값이 다시 떨어지면서 무자료 금이 더 비싸게 거래되는 등 금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 유통 정상화를 위해 2010년 시작됐던 금거래소 개설 논의도 4년째 교착상태다. 유동수 한국귀금속협회장은 “무자료 거래가 여전히 성행하고 거래 표준화도 지지부진한 만큼 금거래소를 반드시 개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