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학선 기자
2008.05.21 09:45:24
[이데일리 이학선기자] 이동통신 회사들이 두명의 시어머니를 모시며 눈칫밥을 먹는 모양새가 됐다. 지식경제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모두 통신분야에 대한 업무권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20일 오후 이윤호 장관 주재로 서울 상암동 전자산업진흥회에서 이동통신산업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SK텔레콤(017670), KTF(032390), LG텔레콤(032640) 등 이통3사 사장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간담회 내용이 주로 휴대폰 제조업과 관련된 것이라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이통3사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듯 이윤호 지경부 장관도 "소관부처도 아닌데 불러모아 죄송하다"고 운을 뗐다.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한 인사말이었지만, 자칫 남의 일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식으로 비쳐질 수 있음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경부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고유업무에 조금씩 손을 뻗쳤다. 이달초 방송사업자들이 이용해온 주파수를 이통사업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안건을 심의하면서 주무부처였던 방통위와 마찰을 빚었다.
문제는 통신사업자들의 처지가 갈수록 곤혹스러워 지는데 있다. 지금까지는 방통위만 상대하면 됐지만, 이제는 지경부까지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방통위만 상대하자니 지경부가 부담스럽고, 지경부에 잘 보이려니 방통위가 걸리는 것이다.
간담회가 끝나고 기자들이 한 이통사 사장에게 "(통신사업자들이) 두명의 시어머니를 모시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이에대해 그는 "방통위는 규제를 맡고, 지경부는 산업진흥을 맡아 각각 업무가 다르지 않냐"고 답했다.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해석하기에 따라 언제든 여기저기 끌려다닐게 우려된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