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다시 경제야"..美대선 핫이슈로 부상

by정영효 기자
2007.12.05 10:11:49

유권자 52% "경제 및 의료보험 공약으로 대통령 고를 것"
92년“문제는 경제야, 바보들아" 판세 재현에 관심

[이데일리 정영효기자] 플로리다 탬파에서 파산전문 변호사로 일하는 데일 올브라이트(30세)씨는 최근 몇 달 동안 자신의 고객들이 모기지와 신용카드 빚에 허덕이는 것을 보고 있다.

"테러 위기는 지나간 얘기에요. 정말 저를 두렵게 하는 것은 경제입니다."

공화당 지지자인 올브라이트씨는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찍을 계획이다.

한평생 공화당 지지자임을 자부해온 어마 립스컴(Irma Lipscomb. 79세. 버지니아주 뉴마켓) 부부도 이번 선거에서 평생 처음 민주당 후보에 표를 던지기로 했다. 가정용 난방유 고지서를 받아든 순간 지지 정당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고 립스컴 부부는 항변했다.

"올해 첫 달 난방유로 300달러가 나왔어요. 지난 겨울의 두 배에 달하는 액수입니다."


▲ 미국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 변화(출처=WSJ)
2008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경제 문제가 주요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2004년 대선을 점령했던 이라크 전쟁과 테러 위협이 후순위로 처지는 집값 하락, 휘발유 가격 상승, 의료보험 문제가 유권자들의 주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대선 이슈의 급격한 변화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뉴스가 최근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났다. 미국 유권자의 52%가 대통령을 고르는 데 있어 `경제와 의료보험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따질 것`이라고 답한 것이다. 2004년 대선의 화두였던 `테러 위기`는 34%를 얻는 데 그쳤다.

유권자들의 입맛이 변한 것은 두말할 것 없이 경제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진보 성향의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EPI)는 "지난해 전체 인플레이션은 3.5%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에너지 가격은 14% 뛰었다"며 "중산층의 소득수준에서 볼 때 물가가 두 배 가량 치솟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화당과 민주당 양대 정당들도 이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경제 관련 공약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아무래도 야당인 민주당의 공세가 좀 더 매서운 형세다.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등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 모두 의료보험의 보장 범위 확대를 경제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치유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감세와 대학 등록금 보조 등도 주요 공약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경제를 휩쓸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한 해법도 눈에 띈다. 이번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서브프라임 금리가 고정금리에서 변동금리로 전환하는 것을 5년간 동결하고, 주택 차압을 90일간 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비해 부시 행정부 및 공화당은 상대적으로 수세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백악관은 미국의 2008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호조를 띄고 있다는 기존 입장은 고수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신용시장과 주택시장 침체가 쉽게 회복되기 어려운 문제"라고 인정하면서도 "미국 경제는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전체적인 판세는 민주당에 좀 더 기울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들. 힐러리 클린턴(左)과 버락 오바마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국가 위기 상황에서, 그것도 현직 대통령이 공화당일 경우 선전한 전력이 있다.

무엇보다 현재 상황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정권 교체에 성공한 1992년과 흡사하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희색이 만면한 표정이다.

당시 클린턴 선거본부 측에서 내건 슬로건은 “문제는 경제야, 바보들아(It’s the economy, stupid)"였다. 이라크전에 골몰한 나머지 경제를 파탄 지경에 이르게 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실정을 꼬집는 시대 정신을 꿰뚫어 본 문구였다.

16년 만에 경제가 또다시 대선 정국의 판세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로 등장하면서 아들 부시 역시 `경제를 무너트릴 바보`가 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