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문화계… 되짚는 ‘추억과 악몽’

by조선일보 기자
2006.12.19 12:00:00

▲ 모차르트
[조선일보 제공]유행을 타는 키워드, 혹은 ‘검색어 1위’들의 릴레이는 문화의 트렌드를 이어가는 징검다리다. 그곳을 따라 2006 문화지형도를 그려본다.

탄생 250주년을 맞은 작곡가 를 경배하기 위해 지구촌 곳곳에서 기념 행사가 올 초부터 잇따랐다. 그의 고향 잘츠부르크에서는 축제 역사상 처음으로 오페라를 비롯한 무대 음악 22편을 모두 상연하기도 했다.

미술계에서는 바람이 거셌다. 미술관에서 눈으로만 ‘즐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안목과 판단으로 미술품을 구입하는, 우리 주변의 ‘김 과장’들이 줄을 이었다.

▲ 정진석 추기경
문화계의 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2006년 그 현상은 더욱더 두드러졌다. 김홍남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한국 문화 유산을 관리하는 책임자로 발탁됐고, 올해 주요 문학상은 여성 작가들이 휩쓸었다. 동인문학상의 이혜경씨, 대산문학상의 김인숙씨, 이산문학상의 은희경씨는 “여성 문학이나 여성 소설 같은 용어는 쓰지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

문학계 우먼 파워의 정점에는 씨가 서 있었다. 베스트셀러 종합 1위에 오른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과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공지영 신드롬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반대로 출판계에서는 베스트셀러 의 대리 번역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면서 한국의 출판 문화와 번역 풍토에 대한 자성이 일어났다.

▲ 뮤지컬 ‘미스 사이공’
학술계에서는 같은 단어들이 1년 내내 오르내렸다. 뉴라이트 계열의 안병직 교수와 중도 성향의 윤평중 교수, 좌파 계열의 백낙청 교수 등은 상대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한국 사회를 읽는 방법론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 발간되면서 한국 현대사에 대한 좌우파의 공방이 촉발됐고, 전국 80여개 대학 인문대 학장들은 ‘인문학 위기’에 대한 자성과 함께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학자들은 위기를 우려했지만, 정작 네티즌들은 ‘역사’라는 바다에 맘껏 뛰어들었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올해 초 조선왕조실록 원문과 번역본을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하면서, 네티즌과 역사학자(historian)를 결합한 이 신조어로 떠올랐다. 

역사 열풍은 브라운관으로도 이어져 ‘주몽’ ‘연개소문’ ‘대조영’ 같은 들이 TV 드라마를 점령했다.

▲ 인문학 위기 대책 호소
올 연말 뮤지컬 40여 편이 동시에 공연될 정도로 의 위력은 거셌다. 음악계에서는 빈 필하모닉·뉴욕 필하모닉·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등 해외 유명 교향악단 9곳이 한꺼번에 내한하면서 이 벌어졌다. 뮤지컬과 오케스트라 등 화려한 공연 뒤편에는 문화 양극화에 대한 고민도 생겼다.

종교계에서는 개신교 인구 감소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교회 대형화와 물량주의에 대한 자성이 일었다. 천주교에서는 이 37년 만에 한국의 두 번째 추기경으로 서임되는 경사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