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6.09.05 10:00:16
위력 더해가는 개인신용등급… “연체 마세요”
보험사 등급 매겨 가입 결정 결혼업체까지 신용등급 요구
인터넷업체는 최하등급 사절
[조선일보 제공] 보험, 결혼, 이민, 취업, 자동차 할부….
은행 등 금융회사 고객들이 빚 갚을 능력을 얼마나 갖추었는지를 평가하는 개인 신용등급이 생활 곳곳에 파고들고 있다. 개인 신용등급은 지금까지는 금융회사들이 대출 심사 자료로 이용했으나, 보험·결혼 등 다른 영역으로 위력이 확대되는 추세다.
이제 개인 신용등급이 나쁜 사람은 보험에 가입하기가 어려워졌고, 머지않아 취직을 하거나 결혼을 할 때도 신용등급이 건강진단서처럼 꼭 필요한 개인기록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신용등급 최하위는 보험가입에 불이익=삼성생명은 지난달부터 신용등급이 최하위(10등급)인 경우 보험 가입액(사망보험금 기준)을 최고 300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국내 보험사에서 개인 신용등급을 반영해 가입 여부를 결정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빚 등 50만원 이상을 3개월 이상 연체하고 대부업체를 이용한 경력이 있으면 대개 10등급으로 분류된다. 교보생명 등 다른 보험사도 신용등급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결혼정보업체들도 개인 신용등급 활용=결혼시장에서도 신용등급 ‘입김’이 거세다. 결혼정보업체 ‘선우’의 이웅진 대표는 “불확실한 사업체를 운영하는 재혼 희망자에겐 신용등급 보고서를 요구하고, 만약 신용에 문제가 있으면 회원으로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나로텔레콤 등 통신사들도 10등급 등 신용불량자에 해당하는 소비자에겐 인터넷을 개통해주지 않는다. 신용등급이 나쁜 사람은 이민을 가기도 힘들어진다. 캐나다와 호주 정부는 개인의 신용보고서를 제출받아 투자이민을 받을지 말지 결정하고 있다. 미국에선 직원을 뽑을 때나 자동차 할부를 해줄 때도 신용등급을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
◆연체하면 무조건 불이익=현재 개인 신용등급은 한국신용평가정보(KIS), 한국신용정보(NICE), 한국개인신용(KCB) 등 3개 민간업체가 매기고 있다. 이들 회사는 은행, 보험사, 카드사 등이 갖고 있는 개인 금융거래 정보뿐 아니라 휴대전화요금·가스요금·수도요금 연체 정보까지 수집·분석, 신용등급을 매겨 금융회사들에 제공한다. 금융회사들은 이를 활용해 대출·보험·카드발급 심사를 한다.
KIS의 허천 대리는 “은행에서 단돈 10원이라도 10일 이상 연체하면 신용등급에 부정적”이라며 “신용도가 나쁘면 대출 이자나 한도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다”고 말했다.
◆신용등급 높이려면=NICE의 황윤경 CB마케팅본부장은 “월급이 많거나 재산이 많아야 신용등급이 높은 건 아니다”고 말했다. 소득 수준과 상관 없이, 연체 경험만 없다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연체가 여러 건 생겼다면 오래된 빚부터 갚는 게 우선이다. 현금서비스를 단기간에 너무 많이 받거나 대부업체를 이용한 경우 신용등급에 나쁜 영향을 준다. 금융거래가 있는 모든 개인(약 3300만명)에겐 신용등급이 매겨져 있다. 자기 등급이 어느 수준인지 알아보려면 마이크레딧(www.mycredit.co.kr), 크레딧뱅크(www.creditbank.co.kr) 등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유료(연 1만~2만원)로 확인할 수 있다.
신한은행 최영화 개인여신심사부 차장은 “신용이 불안한 사람들이 자주 조회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조회 기록도 신용등급 평가에 반영되므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조회를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