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을 매춘부로 만드는 ''나쁜 남자들''
by조선일보 기자
2006.07.21 12:10:00
연인을 매춘부로 만드는 주인공들…
“열등감으로 상대 복종시키려는 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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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쁜남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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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제공] 지난 13일 국내 개봉된 아르헨티나 영화 ‘고래와 창녀’(2004) 주인공 에밀리오는 사랑하는 여자 로라를 외딴 곳 포주에게 팔아 넘기고 떠나버린다. 같은 주 개봉한 일본 영화 ‘스카우트 맨’(2000)에서는 성매매 알선업에 빠져든 10대 남학생이 함께 가출한 여자친구를 업소에 소개시킨다. ‘사랑하는 여자를 매춘부로 만든다’는 점에서 이 외화들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 ‘나쁜 남자’(2001)와 닮았다. 베트남 영화 ‘씨클로(1995)’에서도 폭력배 시인(양조위)이 사랑하는 여자에게 매춘을 주선한다. 상식적으로는 납득하기 힘든 이 ‘나쁜 남자들’ 이야기가 세계 여러 영화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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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래와 창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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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런 행위가 기본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닮고자 하는 욕구’ 즉, ‘동화(同化)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보다 우월할 때 대부분은 자신을 발전시키려는 ‘상승 욕구’를 갖게 된다. SBS 월화드라마 ‘101번째 프로포즈’에서 똑똑하고 예쁜 한수정(박선영)의 사랑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노총각 박달재(이문식) 캐릭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열등감이 강하거나 트라우마(정신적인 큰 상처)가 있는 사람은 상대를 복종시키고 끌어내리려는 ‘하강욕구’가 발동한다. 이는 ‘구타’나 ‘성적 학대’로까지 이어진다. 성한기 대구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는 “여자를 통제하고 있다는 자기만족과 힘의 과시”라고 설명했다.
자신뿐 아니라 ‘다른 남자들’과의 성관계를 강요하는 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유희정 정신과 전문의(분당 서울대병원)는 “여성이 ‘성녀(聖女)’이면서 ‘창녀’이기를 바라는 이중심리에서 기인한다”고 말했다. 어머니처럼 자상하면서 매춘부처럼 섹시한 애인을 바라는 욕구가 극단적인 형태로 발현됐다는 의미다. 성매매를 강요 당한 여성들의 반응은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으로 설명된다. 개를 오랫동안 묶어 놓으면, 풀어줘도 당분간 뛰어다니지 않는 것처럼 강하게 반항하던 여성들도 차츰 순응하고 만다.
전문가들은 결국 이런 형태의 사랑은 ‘타인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독점욕’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희정 전문의는 “자아와 피아가 구분되지 않는 유아적 상태로 ‘퇴행’한 사람의 소유욕”이라고 설명했다. 황상민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병적인 이기주의일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