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대책 약발 끝?
by조선일보 기자
2003.12.04 09:43:12
"집값 내렸다고? 우리 아파트는 그대론데…"
서울지역 재건축아파트만 한달새 4.33% 급락
[조선일보 제공] 정부의 ‘10·29대책’ 발표 이후 한 달간 재건축 아파트는 최고 1억원 이상 급락한 단지도 속출했지만 일반아파트는 대부분 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 114’ 조사 결과, 서울은 재건축 아파트가 한 달간 4.33% 내렸지만 일반 아파트는0.25% 하락에 그쳤다. 수도권 전체도 재건축이 3.58% 하락했지만 일반아파트는 -0.08%의 보합세에 머물렀다. 11월이 전통적인 비수기임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일반아파트는 ‘10·29대책’의 영향을 받지 않은 셈이다.
더군다나 시간이 지날수록 낙폭도 줄어 일부에서는 ‘10·29대책의 약발이 벌써 다했다’는 성급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강남권 매물도 줄어 들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파인드올 부동산’ 조사 결과, 강남권 매물은 3306건으로 10.29조치 이후 매물이 가장 많았던 11월 20일에 비해 15% 가량 줄었다.
◆강북권 일반아파트는 보합세=재건축 단지의 경우, 강동구(-7.89%), 송파구(-4.82%), 강남구(-4.46%) 등이 폭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일반아파트는 강동(-0.78%), 강남(-0.84%), 서초(-0.34%), 송파(-0.2%) 등이 모두 1% 미만의 하락세에 그쳤다. 성동(0.11%), 성북(0.43%), 도봉(0.25%), 동작(0.26%) 등 강북권 일반 아파트는 소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경기도 지역도 재건축단지는 -3.44%의 급락세를 보였다. 특히 올해 재건축 투자붐을 타고 급등세를 보였던 군포(-5.95%), 과천(-5.91%), 광명(-5.74%), 수원(-3.22%), 의왕(-3.22%)은 급락했다. 하지만 경기도 일반아파트는 -0.08%의 보합세에 그쳤다. ‘부동산 114’ 김규정 과장은 “10·29대책이 다주택자를 겨냥한 대책인 만큼, 다주택자가 대거 투자한 재건축이 집중적인 타격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재건축 반등론도 제기=급락했던 재건축 아파트도 시간이 지나면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재건축단지인 강남 A아파트 31평형의 경우, 호가가 7억5000만∼7억7000만원에서 한때 5억5000만원대까지 급락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5억5000만원대 급매물이 일부 소화되면서 최근 호가가 6억원대를 넘어섰다.
강동구 고덕 주공과 고덕 시영, 서초구 반포 주공 등 강남권 다른 주요 단지들도 ‘10·29대책’ 이후 호가가 최고 1억∼2억원 정도 떨어졌다가 최근 1000만∼3000만원 정도 반등했다. 이 때문에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겨울 이사철에 돌입하면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연구위원은 “400조에 달한다는 부동자금이 언제든지 다시 부동산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내년 4월 총선과 관련, 재건축이나 뉴타운개발 등의 공약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많이 부동산에 대한 기대감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이라고 말했다.
◆정부 추가 대책이 변수=하지만 정책 변수 때문에 주택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전문가들도 많다. 1가구 3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 주택거래신고제, 강남권 보유세 강화 등 초강도의 정부대책이 줄줄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스피드뱅크 안명숙’ 부동산 경제연구소장은 “지난 한 달간의 집값 하락세는 ‘10·29대책’의 심리적 충격 때문”이라며 “대책들이 구체적으로 시행되면 직접 규제 대상이 되는 아파트 단지들은 가격의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재건축은 재건축 조합원 분양권 전매금지·선(先)시공·후(後)분양제의 악재가 남아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지난 2~3년간 가격이 급등한 만큼 상당기간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