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영의 메디컬와치]"문 닫는 소아청소년과, 정부가 일정수익 보장 고려해야"

by안치영 기자
2025.04.09 06:49:25

코로나19 기간 폐업 소아청소년과 의원 364개
3명 중 2명 비전문 분야로 전환하거나 은퇴
정부 개입 필요… 총액계약·공공 정책 수가 거론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코로나19 기간에 많은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문을 닫았다. 당시 자신의 병원을 폐업한 소아청소년과 원장 364명 중 소아청소년과 분야에 남아 있는 사람은 3명 중 1명에 불과했다.

노진원 연세대학교 소프트웨어 디지털헬스케어융합대학 교수와 구준혁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지불제도개발실 주임연구원은 코로나19 기간 소아청소년과 의원 폐쇄 규모와 특성을 조사, 폐쇄 후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어떤 직업 경로를 선택했는지 확인한 논문을 대한의학회지 1월호에 게재했다. (논문명 Massive Closures of Pediatric Clinics and an Exodus of Pediatricians in Korea During the COVID-19 Pandemic: What Career Paths Did Closed-Down Pediatricians Choose?)

조사 결과 2019년 2,229개였던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2022년 12월 기준 1,865개소로 364개소(16.3%)가 줄었다. 364명의 소아청소년과 의원 원장이 소아과 경영을 그만뒀다는 의미다.

의원을 폐쇄한 364명의 소아과 의사 중 108명(29.7%)은 추적할 수 없었다. 장기간 일을 하지 않거나 혹은 의료계에서 은퇴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129명(35.4%)은 △요양병원 △정신병원 △진료과를 표시하지 않은 의원(일반의원) 등 소아과와 관련 없는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소아청소년과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127명(34.9%)에 불과했다. 이 중 지역 군 단위 소아청소년과 관련 의료기관에서 근무를 재개한 전문의는 단 5명이다.



문을 닫은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대개 운영 기간이 짧거나 은퇴 연령에 가까운 의사가 원장인 경우가 많았다. 은퇴가 임박한 소아청소년과 원장은 위기에 적절히 대응할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또한, 운영 기간이 짧은 병원은 안정적인 환자 기반을 구축하고 지역 사회에서 긍정적인 평판을 얻을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위기 상황에서 더 취약해졌을 수 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사진 왼쪽)이 지난 2023년 로타바이러스 국가예방접종사업 진행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청주시 소재 위탁의료기관에 방문한 모습. 소아청소년과의 주 수입원은 백신 접종인데, 최근 저출산이 지속되면서 신생아 접종 건수도 줄어들고 있다.(사진=질병관리청)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의료진의 헌신 부족을 탓하지 않았다. 대신 연구진은 △최적이 아닌 보상 구조 △소진 △재정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을 원인으로 봤다. 소아청소년과는 환자를 돌보는 데 비교적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업무 강도가 높은데 반해 보상이 낮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여기에 더해 장기간의 저출산과 낮은 보상, 상대적으로 제한된 비급여 범위 탓에 소아청소년과는 인기 없는 진료과가 됐다.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지원율은 최근 몇 년간 크게 감소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소아청소년과의 부침이 더욱 심해지면서 소아청소년과 의원 경영을 접은 이들은 의사 일을 하지 않던가 빠르게 수익이 보장되는 진료 업무에 뛰어들었다. 실제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2023년 소아청소년과 폐지를 선언하고, 만성질환과 피부·미용과 관련된 학술대회를 여는 등 소아청소년과 진료에서 이탈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기존 모델을 넘어서는 새로운 보완적 지불 구조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소아 건강 관리 시스템에 대한 보다 지속 가능하고 공평한 틀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환자가 진료받을 때마다 진료비를 받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일정 수익을 보장하는 형태의 소아청소년과 의원 운영을 유도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일정 기간 총액을 한정하고 그 안에서 환자 진료를 하게끔 하는 ‘총액계약제’ 등이 포함된다.

연구진은 “국민의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에 영향을 미치는 위기 상황에서는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면서 “앞으로는 정액제와 총액계약제와 같은 대체 지불 시스템의 구현과 별도 건강보험 재정을 기반으로 한 공공 정책 수가 도입에 대해 발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