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오른 K-배터리, 2분기도 ‘최대실적’…SK온 첫 흑자 기대

by김은경 기자
2023.06.11 14:53:49

3사 매출 18兆…LG엔솔 영업익 7000억↑
삼성SDI, 4분기 연속 매출 5兆 이상 달성
SK온, IRA 세제 혜택 반영으로 흑자 예상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국내 배터리 3사가 올해 2분기에도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내는 등 1분기에 이어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분기 합산 영업이익만 18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 금액이 반영되면서 현지 생산기지 증설과 신규 공장 가동에 따른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 평균치)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2분기 매출 8조8901억원, 영업이익 702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동기(매출 5조706억원·영업이익 1956억원) 각각 75.3%, 259% 급격히 증가한 수치다.

지난 3월 15일 열린 ‘인터배터리 2023’ LG에너지솔루션 전시 부스.(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이 불과 1년여 만에 3배 이상 증가한 데는 IRA 수혜가 큰 영향을 미쳤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부터 IRA에 따른 생산세액공제(AMPC) 금액을 실적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1분기에 반영한 금액만 1003억원에 달한다.

AMPC는 올해부터 미국 내에서 생산·판매한 배터리 셀과 모듈에 일정액의 보조금(셀 35달러/kWh·모듈 10달러/kWh)을 받을 수 있는 법 조항이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주 공장(20GWh), 오하이오주 얼티엄셀즈(GM과 합작사) 1공장(45GWh) 등을 운영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AMPC를 통한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 증가분이 올해 4700억원, 2024년 1조1000억원, 2025년 2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삼성SDI(006400)의 경우 아직 북미에 생산라인이 없어 당장 AMPC를 통한 이익을 기대하긴 어렵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의 북미 합작공장이 가동되는 2025년부터 AMPC 영향권에 들 전망이다. 삼성SDI는 제너럴모터스(GM)와 2026년 양산을 목표로 30억달러(약 4조원) 이상을 투자해 연산 30기가와트시(GWh) 이상 규모의 공장을 추가 설립할 계획이다.

다만 삼성SDI도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2분기 호실적이 예상된다. 예상 실적은 매출 5조7763억원, 영업이익 4674억원으로 지난해부터 4개 분기 연속 매출 5조원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매출 4조7408억원·영업이익 4290억원) 대비 각각 22%, 9%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 3월 15일 열린 ‘인터배터리 2023’ 행사에 SK온의 ‘코발트-프리 배터리’ 시제품이 전시된 모습.(사진=SK온)
SK온은 2분기부터 IRA 세액공제 금액을 실적에 반영하고 1분기 금액까지 소급 적용하면서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흑자 전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SK온의 2분기 실적에 대해 매출 3조6029억원, 영업이익 70억원으로 첫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SK온은 현재 미국 공장에서 배터리 셀과 배터리 모듈을 모두 생산한다. 시장에서는 SK온의 연간 세액공제 수혜 규모가 5억4200만달러(약 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처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가 활약하고 있으나 여전히 중국 업체들의 공세는 위협적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중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에 판매된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은 약 86.7GWh로 전년 동기보다 49.4% 증가했다.

이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49.2% 증가한 24.1GWh로 1위를 지켰다. LG에너지솔루션의 시장 점유율은 27.8%다. 중국의 CATL은 전년 동기 대비 97.1% 증가한 23.0GWh로 점유율 26.5%를 기록하며 LG에너지솔루션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CATL을 비롯한 중국 업체들은 자국을 제외한 시장에서도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영향력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배터리업계는 중국의 저가 시장과 국내 3사의 고성능 제품으로 양분돼왔다. 하지만 국내 3사 모두 중국이 주도하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진출을 선언하면서 시장 재편이 예상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유럽 등 글로벌 진출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최근 중국의 내수 전기차 시장 성장률이 더딘 데다 자국 내 업체 간 경쟁도 심화하는 탓이다. 국내 업체들은 이에 대비해 글로벌 생산기지를 빠르게 확대하고 소재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SNE리서치는 “중국 내수 시장의 성장률이 낮아지고 중국 업체 간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 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중국 업체들이 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여 유럽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 변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