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로 넘어온 BJ…이용자와 같이 놀면서 돈도 번다
by노재웅 기자
2022.02.09 08:58:07
아프리카TV 메타버스 '프리블록스' 베타버전 해보니
낚시·채집→아이템 제작 및 판매→NFT 거래 생태계
추후 인터넷 생방송 연동시 새로운 후원문화 생길 듯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인터넷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067160)의 BJ(1인 미디어 진행자)들이 메타버스 세상으로 넘어온다. 아프리카TV가 지난달 28일부터 오픈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메타버스 플랫폼 ‘프리블록스’를 통해서다. 베타 버전의 프리블록스를 직접 체험해보면서 메타버스 안에서 BJ와 시청자 관계는 어떻게 변하고, 어떤 새로운 문화가 꽃필지 들여다봤다.
프리블록스의 기본적인 서비스 내용은 네이버 제페토나 SK텔레콤 이프랜드 등 여타 메타버스 플랫폼과 유사하다. 제일 먼저 나를 대변하는 아바타를 생성한 뒤 방(프리블록스에서는 ‘버스’로 표현)을 만들어 타인들과 만나고, 그 안에서 대화, 아이템 제작, 거래, 게임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것. 그 안에서 어떤 디테일이 있고 차별점을 두느냐에 따라 이용자층이 확 달라진다.
프리블록스는 아바타 만들기에서부터 일단 다른 메타버스와 차별화된 모습이다. 비사실적인 캐릭터성이 강조된 다른 메타버스들과 달리 프리블록스의 아바타는 마치 사진을 찍은 것처럼 사실적인 얼굴 묘사가 강조됐다. 물론 그 안에서 체형을 2등신으로 만든다든지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힌다든지 해서 변화를 줄 순 있지만, 기본적으로 실제 사람과 최대한 흡사하게 눈, 코, 입 등의 그래픽 요소를 적용했다.
| 작년 12월 AFT마켓에서 거래된 BJ 철구 아바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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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블록스의 아바타가 이런 형태로 나올 것이란 건 작년 말 아프리카TV가 대체불가토큰(NFT) 콘텐츠 마켓플레이스 ‘AFT마켓’에서 선보인 ‘BJ 철구’의 3D 아바타를 통해 유추할 수 있었다. 당시 BJ 철구의 아바타는 첫 경매 시작가의 1100%에 달하는 2.55이더리움(2021년 12월 3일 기준, 약 1370만원)의 가격에 낙찰됐는데, 이 아바타는 추후 프리블록스에서 사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 붙었었다.
실제 인물과 거의 흡사하게 디자인이 가능한 아바타 꾸미기 방식은 앞으로도 인기 BJ들의 NFT 콘텐츠로 다양하게 활용될 소지가 커 보인다. BJ들의 ‘밈’(Meme·인터넷에서 시작된 유행이나 유행어가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에 퍼지며 2차 창작 또는 패러디되는 현상)을 아바타 또는 동작으로 구현해 판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바타를 꾸미기 위한 의상들은 ‘메타벅스’와 ‘프리벅스’로 구매할 수 있다. 특이하고 완성도 있는 의상은 대게 메타벅스로만 구매가 가능한데, 20메타벅스는 현금 1200원으로 충전할 수 있다. 의상에 따라 개당 1000원에서 1만원까지 가격대는 다양하다. 프리벅스는 현금 충전뿐 아니라 메타버스 내에서 낚시나 채집, 벌목 또는 아이템 제작 및 판매를 통해 얻을 수 있다. ‘현질’(현금으로 아이템을 구매하는 행위)이 부담스러운 이용자는 다양한 활동으로 프리벅스로 대신할 수 있되, 구매할 수 있는 콘텐츠에는 제한이 있는 형태다. 평소 온라인게임을 많이 한 사람들에겐 익숙한 재화 구분으로, 메타벅스가 ‘현질 머니’라면 프리벅스는 ‘노가다 머니’라고 할 수 있겠다.
아바타를 만든 뒤 메인화면에 접속하면 △나의 메타버스 공간을 창조할 수 있는 ‘마이 버스’ △아프리카TV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프리 버스’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라이브 버스’ △게임 전용 공간 ‘플레이 버스’ 등 4개의 카테고리가 뜬다.
아프리카TV에서 누구나 BJ가 되는 동시에 시청자가 될 수 있듯이 프리블록스에서도 누구나 라이브 버스의 방장이자 타 버스의 방문자가 될 수 있다. 아직은 구현되지 않았으나 추후 아프리카TV 생방송과 연계 시스템이 갖춰지면, 프리블록스 콘텐츠를 하나의 메인 방송 콘텐츠로 삼는 BJ도 탄생할 전망이다.
아직 마케팅이 전무한 베타 서비스인 탓에 개설된 방은 8일 낮 내내 4개뿐이었다. 각 버스의 접속가능 인원은 100명인데, 하루종일 방장 외 접속자가 추가된 방은 볼 수 없었다. 좀비게임이나 슈팅게임을 할 수 있는 플레이 버스는 충족인원인 30명이 채워지지 않아 시도해볼 수 없었다.
대신 프리 버스와 마이 버스를 통해 제한적이지만 베타 버전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체험형 콘텐츠들을 충실히 해봤다. 연못을 만든 뒤 낚싯대를 구매해 낚시를 하고, 채집 장갑을 낀 뒤 꽃을 채집하며, 도끼를 들고 나무를 벌목하는 등의 재료 채집이 가장 핵심 체험 콘텐츠다. RPG를 할 때 다양한 돌, 나무 등 재료를 수집해 아이템을 제작하거나 상점에 파는 것처럼 프리블록스 안에서도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최종적으로 돈, 옷, 집, 자동차 등을 얻을 수 있다.
나중에 프리블록스 이용자 수가 얼마나 늘어나고, AFT마켓과 연동한 경제 생태계가 커지느냐에 따라 프리블록스 내 채집 및 아이템 제작에 따른 경제활동의 가치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TV의 후원 문화도 확장될 요지가 있다. 프리블록스 내에서 제작한 아이템을 선물할 수도 있고, 추후 입점할 실물 마켓과 연동한 선물 후원도 가능할 수 있다. 반대로 BJ들이 해당 재화나 아이템을 활용한 이벤트를 벌일 수도 있고, NFT 마켓에서의 거래로도 이어질 것으로도 보인다.
베타 서비스에 접속하면서 공짜로 받은 5만 프리벅스는 몇 개의 의상과 낚싯대 등 아이템, 마이 버스 내 땅 3칸 정도를 구매하니 모두 소진됐다. 비싸서 자동차나 집은 구경도 못했다. 베타버전인 지금부터 열심히 아이템 제작에 힘을 기울이면, 나중에 AFT 마켓의 부자가 될 수도 있을까. 오늘은 체험으로 만족하며 프리블록스 창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