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팟 NRDO 성과 내는데…뒷받침은 '제자리'

by노희준 기자
2019.07.21 13:12:56

고도의 전문업체 NRDO ''중간상인'' 업체로 평가절하
기술성 평가제도 개선해 기술특례상장 제도 문 넓혀야
R&D 투자 지원도 필요..."벤처도 해외개발 적극 도전해야"

(자료=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이경 동국대 약학교수)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신약 연구개발 기업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브릿지바이오)가 1조5000억원대 기술수출을 달성했지만 제2의 브릿지바이오가 나오려면 ‘비연구개발전문 바이오업체(NRDO, No Research Development Only)에 대한 인식 개선과 상장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신약개발에서 신약후보물질을 직접 발굴하는 대신 똘똘한 물질을 외부에서 도입해 개발에 집중하는 브릿지바이오 사업모델(NRDO)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다국적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폐가 딱딱해지는 ‘특발성 폐섬유증’(IPF) 등 간질성 폐질환 치료를 위한 신약 후보물질(BBT-877)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1조5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이다. 올해 공개된 제약 바이오 기술수출 중에서 가장 큰 금액이다.

NRDO 기업은 일반적인 제약사와 다르다. 보통 제약사는 신약개발의 첫 단계인 신약후보물질 발굴 등 연구부터 후보물질의 가치를 높이는 개발로 통칭되는 임상, 허가, 판매까지 모두 맡는다. 반면 NRDO는 연구는 하지 않고 개발에만 집중한다. 외부에서 발굴한 유력한 신약후보 물질을 확보한 뒤 임상시험과 상용화에만 주력한다. 실제 브릿지바이오도 2년 전 바이오벤처기업 ‘레고켐바이오’에서 다양한 염증과 장기를 딱딱하게 하는 섬유화 질환에 관여하는 ‘오토택신’ 효소를 억제하는 신약후보물질(BBT-877)을 300억원에 사왔다. 브릿지바이오는 이 물질을 폐섬유증(폐가 굳는 현상) 치료제로 개발해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면서 다국적제약사에 팔았다. 임상의 경우 브릿지바이오는 직접 하진 않는다. 임상시험을 대신해주는 임상시험대행업체(CRO)에 맡긴다.



이 때문에 NRDO를 신약개발의 ‘중간상인’ 정도로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오해다. NRDO를 하려면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시장동향에 맞춰 시장성 있는 신약후보 물질을 찾아내는 선구안과 이를 확보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 어떤 종류의 환자를 얼마나 모아서 얼마의 용량으로 후보물질을 투입해 임상을 진행할지 결정하는 임상 설계 능력, CRO을 총괄하는 관리 능력 등이 필요하다. 한 NRDO 업체 관계자는 “어떤 다른 제도적 지원보다 NRDO에 대한 인식 개선이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NRDO가 통과하기에는 지나치기 좁은 기술특례상장제도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술상장특례는 당장 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기술이 뛰어나면 기술성, 성장성 등의 평가를 통해 거래소 문을 열어주는 제도다. 하지만 기술성 평가 항목이 전통적인 중소기업 신용평가모델을 기반으로 해 업종별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 한 데다 한달 안에 그때그때 구성된 전문가들이 심사를 마쳐야 하는 등 운영상의 허점도 많다는 지적이다. 이명선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NRDO는 제약 바이오업계의 세계적인 트렌드”라며 “하지만 국내 기술성평가에선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브릿지바이오도 기술특례상장제도의 문을 두번이나 두드렸지만 모두 실패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NRDO는 장기간의 기간과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신약개발에서 한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을 공유하는 긍정적인 3자 분업 모델(후보물질 발굴-NRDO-글로벌 제약사)”이라며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연구개발(R&D)자금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벤처도 제도 탓을 하기보다 자신감을 갖고 임상시험부터 해외로 나가야 한다”며 “신약개발의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글로벌 개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