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할 수도 있는 녹내장…수술 '골든타임' 언제?

by이순용 기자
2018.02.28 08:24:19

약물치료 우선이지만 수술적 치료 필요할 수도
정기 안과검진 통해 적절한 수술시기 챙겨야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눈은 조금만 이상해도 일상생활에 많은 불편을 느낀다. 하지만 실명에 이를 수도 있는 안질환은 오히려 대부분 자각증상이 없어 말기에 이르러서야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성인의 3대 실명질환 중 하나로 꼽히는 녹내장 또한 초기 자각증상이 없다. 녹내장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 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데, 2012년 58만4558명에서 2016년에는 80만7677명으로 38.2% 증가했다.

녹내장은 안압과 연관돼 시신경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안압이 상승함에 따라 시신경이 손상되면서 발생하지만 우리나라 등 동아시아에서는 안압이 정상범위에 속할 때 발생하는 이른바 ‘정상안압녹내장’이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녹내장은 크게 급성 녹내장과 만성 녹내장으로 분류할 수 있다. 급성 녹내장의 경우 갑작스러운 시력저하, 충혈, 안구의 심한 통증과 함께 두통이나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다. 반면, 90% 이상의 환자에서 발생하는 만성 녹내장은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말기가 되기 전까지 거의 자각증상이 없다. 따라서 환자가 시력저하나 시야가 좁아진 것을 느낄 단계라면 이미 시신경이 많이 손상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녹내장 환자에서 병기별로 나타나는 증상의 변화 모습.


녹내장은 아직까지 완치가 불가능하다. 녹내장의 ‘치료’란 손상된 시신경을 이전 상태로 복구하는 것이 아닌, 시신경이 더 이상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녹내장 치료는 대부분 약물치료로 이루어지며, 이는 안압을 낮추는 안약을 주기적으로 점안하는 방법이다. 만성 녹내장 환자의 70~80% 정도는 약물치료를 받게 되며, 약물치료만으로도 안전한 범위로 안압이 조절되면 녹내장의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 만약 약물치료 중 부작용이 계속 발생하거나 안약만으로는 안압이 목표안압 이하로 낮아지지 않는다면 레이저(선택적 레이저섬유주성형술 등)나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 녹내장 수술, 실명위기 벗어나기 위한 최후의 수단

눈에는 영양분 공급과 형태 유지를 위한 ‘방수’라는 액체가 있는데, 방수가 지나치게 많이 생성되거나 배출이 안 되면 안압이 상승한다. 녹내장 수술치료의 기본원리는 이 방수가 잘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녹내장의 수술적 치료에는 전통적 수술법인 섬유주절제술과 방수유출장치삽입술, 그리고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최소침습녹내장수술법 등이 있다.

녹내장수술의 경우 일반적인 수술과는 달리 수술 이후 완치가 되지 않는 것은 물론, 수술을 한 이후 시력이 좋아지지 않는다. 시력교정수술이나 백내장수술의 경우 수술을 받게 되면 곧바로 시력이 좋아지는 등 효과를 알 수 있다. 하지만 녹내장의 경우 질환의 특성상 시신경손상의 진행이 억제될 뿐 녹내장 상태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물치료에서 부작용이 많이 나타났거나 안압 조절이 어렵다면 실명을 막기 위해 수술적 치료를 진행해야 하고, 적절한 수술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

여러 개의 안압약을 점안하거나 레이저치료를 하여도 안압이 안전한 정도로 떨어지지 않으면 앞서 이야기한 여러 녹내장수술들 중 한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녹내장 전문의는 약물과 레이저치료를 받았던 병력, 이와 같은 치료를 받으며 안압이 얼마에서 유지되는지, 녹내장을 언제 진단받았으며 기대여명이 얼마인지, 그리고 눈에 어떤 질병이 동반되어 있는지 등 무수히 많은 상황들을 고려하여 어떠한 녹내장수술을 언제 할지 결정하게 된다. 중요한 점은 치료가 너무 늦어지면 다가오는 실명의 위협을 되돌이킬 수 없으므로 녹내장수술의 결정은 너무 늦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동시에 여러 가지 녹내장 안약을 수년 이상 오랫동안 점안하게 되면 눈 표면에 미세한 염증이 발생되며, 특히 섬유주절제술 등의 수술결과를 나쁘게 만들 수도 있다.



유영철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장은 “녹내장은 관리가 중요한 질환인데, 초기에는 약물치료로 문제가 없었다 할지라도 수년 이상 지켜보면 약물의 부작용이나 약물의 효과가 부족하여 수술이 필요하게 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며, “적절한 수술시기는 각 환자의 질환 진행경과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안압의 정도, 시신경 손상 정도 등을 정기적인 안과검진을 통해 살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 녹내장수술, 진실 혹은 거짓?

1.녹내장은 수술을 할 수 없다?

-거짓: 녹내장도 경과에 따라 수술을 하는 것이 적절한 치료방법일 수 있다.

2.녹내장수술을 하면 시력이 좋아진다?

-거짓: 녹내장은 수술을 한다고 해서 시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3.녹내장수술을 받지 않으면 실명한다?

-거짓: 녹내장 진행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수술만이 실명을 피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