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정남 기자
2011.10.06 09:50:45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과거 삼성전자(005930)는 특허전(戰)에 소극적이었다. 맞붙기보다는 협상에 우선했다. 특허팀에서 `독한` 전략을 짜도, 사업부에서 말리면 도리가 없었다. `적당히 넘어가자`는 식이었다.
지난해 초 미국의 반도체설계업체 램버스와의 특허소송에서 9억달러에 합의한 것이 단적인 예다. 이에 반해 지난 5월 하이닉스반도체(000660)는 램버스와의 11년간의 특허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삼성전자를 머쓱하게 했다.
지난달 2일 가전전시회 `IFA 2011`에서 만난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애플의 견제에 대해 "애플이 가장 큰 부품 고객사여서 뭐라고 말하기 힘들다"고 했다. 과거와 같은 `공식` 반응이었다.
그로부터 불과 일주일 뒤인 지난달 9일 삼성전자의 태도는 돌변했다. 갤럭시탭 10.1의 독일 판매를 금지시킨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의 판결에 반발하면서부터다. "애플에 대해 대대적인 공세를 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난 5일 애플이 아이폰4S를 발표한 이후 양사의 긴장감은 그야말로 극에 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아이폰4S의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전처럼 협상을 위한 전략이 아니다. `제대로 붙어보자`는 분위기가 삼성전자에 만연해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은 향후 IT업계의 자웅을 놓고 벌이는 일종의 전초전이다. 전처럼 또 접고 들어가면, 삼성전자에는 독(毒)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애플도 분명 과거 삼성전자의 소극적인 전략을 참고해 초반 공세를 퍼부었을 것이다.
최근 LG(003550)도 특허전에 공세적이긴 마찬가지다. LG전자(066570)와 LG이노텍(011070)은 최근 BMW코리아와 아우디코리아를 상대로 자동차 판매금지 소송을 냈다. 이들의 차가 오스람의 LED 헤드램프를 탑재했기 때문이다. 오스람과 LED 특허전을 벌이고 있는 LG전자가 소송 범위를 자동차까지 확대한 것이다.
지난달 말에는 미국에서 헬라, 오토모티브라이팅 등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들을 상대로 LED 헤드램프 수입 및 판매금지 소송을 냈다. 역시 오스람의 제품을 이용했다는 이유에서다.
LG의 공세가 과하다는 지적도 일부 있지만, 그만큼 특허전에서 밀릴 수 없다는 의지도 확인할 수 있다. LED는 LG가 전사적으로 밀고 있는 신수종사업이다.
양사의 이 같은 공격적인 특허전략은 충분히 준비해 왔다는 자신감에 기인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최지성 부회장 직속으로 `IP센터`를 만들었다. 최근에는 특허인력을 450여명까지 늘렸다. 변리사만 200명에 육박한다. LG 역시 지난해 5월 9개 계열사의 특허조직으로 이뤄진 `LG특허협의회`를 꾸렸다. LG전자는 현재 200여명인 특허인력을 2013년까지 30% 이상 보강키로 했다.
오너들의 의지도 대단하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최근 "전 세계 특허경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본무 LG 회장 역시 "LG만의 원천기술을 확보하는데 주력해 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