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텍비젼 경영권 매각? 최대주주 "팔지 않겠다"

by박원익 기자
2011.04.19 08:51:09

올해 2월 회계법인에 경영권 매각안내서 의뢰
`증자로 유동자금 확충→지분 매각` 분석도
이 대표 "경영권 매각 없다..유증 참여할 것"

[이데일리 박원익 기자] 코스닥 기업 엠텍비젼(074000)의 최대주주가 지난 2월 M&A 자문업체 등에 지분 매각 안내서를 배포,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두달 뒤인 이달 중순에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해 시장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엠텍비젼 최대주주인 이성민 대표는 이에 대해 "투자 유치나 경영권 매각은 통상적으로 나오는 얘기"라며 "현재 경영권 매각은 진행하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도 매각할 생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19일 이데일리가 입수한 매각안내서(Teaser Memorandum)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2월 M&A 자문업체 등에 매각안내서를 배포, 지분 및 경영권 매각을 시도했다.

매각안내서는 매물과 매각개요에 대한 설명을 담아, 매각 위임인이 작성한다. 위임인은 주로 M&A자문사나 법무법인, 회계법인 등이 담당한다. 엠텍비젼의 경우 회계법인을 통해 매각안내서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엠텍비젼이 배포한 매각 안내서에 나타난 매각대상은 회사 경영권을 포함한 최대주주 보유주식과 자사주 약 200만주(14%)로, 매각 금액은 170억원이다. 매각구도는 `구주 매각 후 증자`다. 최대주주 지분을 매각한 후 증자를 통해 회사 정상화를 꾀하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이 가운데 자사주 62만4864주는 지난 3월18일, 22억원에 장외매도됐다. 또 차입금 상환 명목으로 278억4000만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한 상태다.

이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던 중 인수인이 나타나지 않자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M&A 전문가는 "적당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자 회사 정상화를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증자로 유동자금을 확충한 뒤 인수인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재매각에 나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나, 회사측은 매각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 대표가 지난 2월 매각안내서를 배포하는 등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던 배경은 실적악화와 채무부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휴대폰 시장의 중심이 스마트폰으로 급격하게 이동하면서 주력제품인 모바일 멀티미디어 플랫폼(MMP)이 타격을 입게 된 것. 2007년부터 당기순손실을 지속하고 있으며 2009년부터는 영업이익도 적자로 돌아섰다.

키코 관련 대출과 판교테크노밸리 본사사옥 대출금 등 차입금 부담에도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엠텍비젼의 총 차입금 규모는 1269억원으로 이중 358억원이 단기차입금이다.

한편 이와 별도로, 시장에서는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지 않아 지분 변동에 따라 경영권이 약화되거나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이 대표의 보유주식수는 239만7180주(16%)로, 2대 주주인 김추신씨가 148만8745주(9.97%), 3대 주주인 사마트길메티노프(SAMATGILMETDINOV)가 124만2230주(9.84%)를 보유하고 있다.

김추신씨와 사마트길메티노프가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 최근 급격히 지분을 늘린 김순건씨는 과거 김추신씨와 비슷한 시기에 사조산업에 투자한 이력이 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김추신씨와 사마트길메티노프씨, 김순건씨는 경영권에 관심이 없는 단순 투자자"라며 "현재 주가가 저평가 돼있다고 판단, 투자를 확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경영권 매각과 관련해서는 "경영권이 매각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 대표도 향후 유상증자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