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송길호 기자
2010.08.29 15:39:36
가계빚 이미 755조원..최근 주택담보 대출 중심 증가세 가속
정부는 "가계대출 추가 증가 1조원 불과..미미한 수준" 낙관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정부가 29일 발표한 '부동산대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총부채상환비율(DTI)에 대한 규제 완화다. DTI를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을 금융기관들이 자율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빗장을 풀면서 꽉 막힌 시장의 돈줄을 터 놓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잘 팔리지 않는 9억원 이하의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실수요층'으로 구체적인 정책대상을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실수요층으로 명시한 무주택자나 1가구1주택자들로선 비록 9억원 이하로 제한은 받게 되겠지만 빚을 끌어들여 레버리지를 높이면서 내집마련 또는 주택 추가마련의 기회가 한층 넓어진 셈이다.
문제는 이번 규제 완화책이 경제 전반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다. 가뜩이나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가 이번 규제완화를 통해 가속도를 얻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과 비은행권을 합친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6월 말 현재 341조6000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사상 처음으로 60%를 넘었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팽팽히 맞서 있다. 일단 이번 규제완화책이 일시적인 조치인 만큼 급격한 대출증가세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장민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DTI 규제 완화가 한시적인 조치인 만큼 가계대출을 크게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실수요자들도 미래 가격 등을 예상한 뒤 주택 구입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번 조치로 일부러 급히 돈을 빌려 집을 사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도 이같은 낙관적인 전망에 근거해 이번 대책을 내놓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이번 조치로 늘어나게 될 가계대출규모를 대략 1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아파트 거래량이 예년 수준의 절반인 1만채 정도인 만큼 추가로 1만채 정도 거래량이 더 늘어나게 된다고 보면 1채당 1억원 정도의 대출이 들어간다고 가정할 때 추가적으로 늘어나는 가계대출은 어림잡아 1조원 정도라는 게 금융위의 계산법이다.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이미 300조원을 훨씬 넘어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게 정부의 시각인 듯 하다.
하지만 이번 DTI완화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론 직접적인 대출증가로 이어지진 않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투기심리를 부추기면서 경제 전반의 '잠재적인 화약고'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다.
지난 2분기 전체 '가계빚'은 754조9000억원으로 3개월만에 15조8000억원 가량 늘어난 상태. 전체 빚의 규모도 문제지만 직전분기(+5조4000억원)에 비해 증가폭이 3배에 달했다는 점은 투기심리까지 가세할 경우 가계부채의 파고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해질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이번 DTI 규제 완화 그 자체는 직접적으로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정부가 부동산시장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서서히 풀 것이라는 시그널을 시장참여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며 "이는 곧 부동산 투기심리를 자극하고 전반적인 대출증가로 이어져 가뜩이나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DTI규제를 완화하면서 갑자기 시장이 집단 흥분상태에 빠진 점을 상기해야 한다"면서 "펀더멘털이 받쳐주지 않는 상태에서 일시적으로 규제만 풀어주면 결국 투기수요를 부추겨 이상과열로 치닫게 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