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보리 기자
2010.08.12 09:38:07
98년 대우차·2005년 상하이차에 이어 3번째 주인
법정관리 탈피위한 자금확보엔 도움
마힌드라, 기술력 부족으로 `제2의 상하이차`논란은 여전
[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우여곡절이 많았던 쌍용차의 세번째 주인으로 인도의 마힌드라가 유력시되고 있다. 1954년 하동환자동차제작소로 출발한 쌍용차는 50여 년의 세월 동안 주인만 세 번이 바뀌는 등 부침이 심했다.
지난 98년 경영난으로 대우그룹에 인수됐고, 이후 2005년 중국 상하이차가 인수한지 5년 만에 다시 마힌드라&마힌드라(이하 마힌드라) 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을 처지가 됐다.
쌍용차(003620)의 역사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하다. 98년 대우그룹에 인수 후 2년 만에 주인인 대우그룹의 해체로 독자적인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2005년 중국 상하이차 인수 후에는 끊임없는 기술 유출 의혹에 시달렸다.
새로운 인수자의 등장으로 법정관리 중인 쌍용차는 당장의 채무를 청산할 수 있는 자금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제 2의 상하이차`와 같은 기술 유출 의혹 가능성은 여전히 과제로 남게됐다.
쌍용차는 86년 쌍용그룹이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동아자동차공업`에서 쌍용자동차㈜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4륜구동차인 코란도 패밀리 생산, 독일 벤츠와의 상용차 합작 개발, 신형 코란도, 대형승용차 체어맨 등 출시하는 등 대형승용차·RV 전문 메이커로 자리잡는 등 승승장구하던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도 잠시. 쌍용차는 경영난 가중으로 지난 98년 1월 대우그룹으로 전격 인수됐다. 쌍용차의 주인이 바뀌는 첫번째 시련인 셈이다.
이후 쌍용차는 99년에 최대 생산 및 판매 실적을 기록하면서 경영 정상화가 이루어지는 듯 했으나 대우그룹의 해체와 계열사들의 워크아웃 돌입으로 2년 여 만인 2000년 4월 대우에서 계열분리, 독자적인 기업개선(워크아웃)작업에 들어갔다.
기업개선작업과 함께 주인을 찾기 위한 해외매각은 2003년 12월 16일에 쌍용차 채권단이 중국 란싱그룹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이후 실사까지 진행되어 매각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그러나 채권단이 요구한 중국 정부의 보증서류가 미비돼 딜 성사 직전에 협상이 종료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어 중국의 상하이자동차(SAIC)와 매각협상을 벌였다. 이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돼 2004년 10월 채권단과 SAIC간에 주당 1만원, 총 5억달러에 지분의 48.92%를 매각하기로 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쌍용차는 중국 상하이차에 매각된 지 5년 만에 다시 인도 마힌드라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지목함으로써 세 번째 주인맞이 채비에 들어갔다. 마힌드라는 법정관리 중인 쌍용차에 당장 필요한 자금력이 될 수는 있지만, 기술력이 아직 검증받지 못한만큼 기술유출 의혹의 꼬리표를 달고 다닐 수 밖에 없다.
쌍용차의 새 주인으로 마힌드라가 결정될 경우 쌍용차가 얻게 되는 시너지 효과는 크게 두가지. 우선 법정관리를 탈피하기 위해 당장 급한 자금을 충당할 수 있다. 아울러 마힌드라가 아시아, 아프리카, 동유럽을 주요 수출국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신흥 시장으로의 수출선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다.
마힌드라 그룹은 아직 국내에서는 낯설지만 인도에서는 10대 기업으로 꼽힐 만큼 성장가도를 달리는 회사다.
또 자동차가 전체 매출의 30%, 농기계가 24%를 차지하는 등 자동차와 농기계 전문 생산 업체로, 세계 3대 트랙터 제조업체인 동시에 멀티유틸리티차량(MUV)분야에서는 인도 시장에서 마켓 리더다.
쌍용차는 마힌드라 그룹을 대주주로 맞이함으로써 신흥 시장으로 수출국 확대에 보다 속도를 낼 수 있다. 마힌드라 그룹은 현재 아시아, 아프리카, 동유럽 등에 트랙터와 농기계 등을 수출하고 있어 쌍용차의 수출선 확보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탐내는 것은 선진 시장 확보를 위한 기술력 때문이란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선진시장으로 수출국을 다변화시키고자 하지만 기술력 부족으로 번번이 실패하는 패착을 쌍용차 인수로 메우고자 하는 것이다.
마힌드라는 지난 2009년부터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픽업트럭 등 상용차의 미국 수출을 추진했지만 안전 규격 등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쌍용차의 기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실제로 마힌드라는 북미 최대 상업용 트럭·스쿨버스·중형 디젤엔진 메이커인 나비스타(Navistar)와 합작, `마힌드라 인터내셔널엔진사`를 설립, 디젤 SUV와 픽업 트럭을 2010년부터 미국에 판매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엔진결함 등으로 수출이 지연돼 미국 파트너사가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직 마힌드라의 기술력 만으로 선진 시장을 노크하기에는 역부족이란 해석이다.
마힌드라가 시장 예상치보단 높은 가격을 써 내는 등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기술유출과 미래비전 제시 등 여전히 의혹으로 남아있다.
일각에서는 마힌드라가 과거 쌍용차를 인수한 후 경영에 실패했던 상하이차에 비해 자금력이나 기술력 등에서 미흡하다는 의견이다. 때문에 이들이 인수하면 `제2의 상하이차`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힌드라는 렉스턴과 체어맨 차량의 기술력을 흡수, 수출시장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마힌드라로서는 쌍용차의 기술 이전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쌍용차로선 당장의 자금력 이외에 기술유출 가능성 등 짐을 지게 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