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모기지금리 상승..`대불황` 부른다

by권소현 기자
2007.06.21 09:30:22

모기지 금리 상승으로 주택경기 갈수록 악화
1991년 침체기와 비슷..`부동산 거품 붕괴가 주범`
올해 경기침체 가능성 50%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미국 주택시장이 좀 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이제는 단순히 주택시장 침체에 그치는 수준이 아니라 경기침체라고 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20일 금리상승이 주택시장 뿐만 아니라 경제를 `대불황`(Blood Bath)으로 몰고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각종 주택관련 지표들이 우울한 전망을 제시해주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전미 주택건설업협회(NAHB)의 6월 주택건설업 경기신뢰지수는 1991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5월 주택착공은 4개월만에 처음으로 감소했고 올해말까지 신규주택판매는 지난 2005년 고점에 비해 33%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택경기에 발목잡혀 경기침체에 빠졌던 1991년에는 3년전 고점에 비해 25%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주택경기는 심각한 상황이다.
 
연간 미국 주택가격은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미분양 주택은 420만채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도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세계 최대 증권사인 골드만삭스와 작년 모기지담보증권(MBS)의 최대 주간사였던 베어스턴스는 2분기 실적발표에서 주택차압 증가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베어스턴스의 순이익은 10% 감소했고 골드만삭스의 경우 1% 늘었지만 3개분기만에 최저 증가율을 기록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비니아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서브프라임은 아직 바닥이 아니다"며 "앞으로도 고통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핌코의 마크 키젤 부사장은 "고용시장에서부터 소비자 신뢰도에 이르기까지 경기침체의 전형적인 특징들이 나타나면서 앞으로 2~3년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라는 얘기들을 하고 있다"며 "결국 주가도 하락하고 기업 수익도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들어 모기지 금리 추이
주택경기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모기지 금리 상승이다. 최근 모기지 금리는 지난 2004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지난 5주간 30년 모기지 고정 금리는 6.74%로 0.5%포인트 이상 뛰었다. 만약 30만달러를 대출받았다면 한달에 상환해야 하는 금액이 116달러 늘었다는 의미. 만기까지 늘어난 부담은 4만2000달러에 달한다.
 
지난 2004년 변동 모기지 금리(ARM)로 대출을 받은 이들의 경우 금리는 40% 상승했다. 30만달러를 대출받았다면 매달 288달러를 더 상환해야 한다.

집값은 떨어지는데 이자부담은 높아졌고 대출기준까지 강화되면서 위기에 몰린 모기지 대출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키젤 부사장은 "모기지 상환부담이 40~50% 높아지면 대출자들은 더이상 이 집에서 살 수 없다고 말하게 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 처해있는 이들이 수백만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하에 나서지 않는다면 주택경기로 인해 미국 경제는 침체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미국이 주택시장발(發)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클린턴 정부에서 재무부 국장으로 일했다가 현재 루비니 글로벌 이코노믹스를 운영하고 있는 누리엘 루비니는 "단순히 주택경기 침체가 아니라 경기침체 같다"고 말했다. 루비니는 뉴욕대학 스턴 스쿨 오브 비즈니스의 경제학 교수로도 일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2분기 연속 국내총생산(GDP)가 감소하면 경기침체라고 본다. 그는 현재 미국의 상황이 1990년에서 1991년 겪었던 경기침체와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당시 경기를 침체로 몰고간 주요 요인은 부동산 활황과 붕괴였다. 1980년대 중반부터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투기적인 매수세가 몰렸고 결국 거품이 끼었다. 금융기관들은 모기지 대출기준을 경쟁적으로 완화했고, 이를 갚지 못해 주택을 차압당하는 경우가 늘었다. 이는 신용경색을 불러왔고 결국 1990년 경기침체를 초래한 것.

루비니는 미국이 올해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50%라고 판단했다. 이에 앞서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 역시 3개월 전 미국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은 3분의 1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그린스펀은 당시 주택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미국 경기도 침체에 들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메릴린치가 싱가포르에서 주최한 컨퍼런스에서도 이같은 시각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