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인플레이션 감축법' 서명···韓전기차 혜택 제외
by고준혁 기자
2022.08.17 08:56:54
바이든, 휴가 중 백악관 들러 7400억달러 규모 법안에 서명
기후변화 대응·의료보장 확충·부자 증세 등 담겨
美 생산 전기차에만 세액공제…현대차 등 상대적 불이익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약 7400억달러(약 910조원) 규모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했다. 법안 내용 중에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만 혜택을 주는 내용이 포함돼 한국 자동차 기업들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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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인플레이션 감축법 서명식 연설에서 “이 법은 내일에 대한 것이며, 미국 가정에 번영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 변화에 맞서기 위한 대책 중 가장 큰 전진”이라고 덧붙였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여름휴가 중이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서명을 위해 백악관 찾았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제시한 ‘더 나은 재건(BBB) 법안’을 일부 수정한 것이다. 법안에는 향후 10년 동안 에너지 안보 및 기후 변화 대응에 3750억달러(약 492조원), 처방 약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전국민건강보험에 640억달러(약 83조원)를 각각 투자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연간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대기업에 최소 15% 법인세를 부과하고 초부유층에 대한 과세 허점 보완 등도 담겼다.
기후변화 관련 사항 중에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춘 자동차의 경우 세액 공제를 해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나, 한국 전기차는 이러한 혜택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세액 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전기차는 미국에서 생산돼야 하고 미국에서 제조된 배터리와 핵심광물을 사용해야만 하는 등 조건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판매 중인 현대 아이오닉5, 기아 EV6는 전량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6조3000억원을 투입, 연간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기지를 미국 조지아에 짓기로 발표했지만, 완공은 2025년에나 가능하다. 오는 11월부터 제네시스 브랜드의 전기차 GV70 EV를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지만 럭셔리 모델인 만큼 판매량 증대는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기아 역시 미국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지을 계획이 없다고 밝힌 상태다.
앞서 이 법안은 지난 6일 상원 표결에서 50대 50의 가부 동수를 기록했으나 당연직 상원 의장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캐스팅보트 행사로 통과됐다. 지난 12일에는 민주당이 다수당인 하원에서 가결돼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서명하게 됐다. 공화당 의원들 전부는 상원과 하원에서 모두 반대표를 행사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통과에 미국 민주당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부진한 상황에서, 법안 통과는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로이터통신은 “올해 미국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는 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민주당에 힘을 실어 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