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4.4% 전망…연내 月최고 5% 찍을 수도"

by최정희 기자
2022.05.01 13:26:38

[4월 물가폴]②유가 하락해도 원화 약세에 수입물가 폭등
거리두기 폐지에 외식 등 서비스 물가 상승
전기 등 공공요금도 4월부터 줄줄이 인상
"물가 고점 찍으려면 아직 멀었다…7~8월은 지나야"



[이데일리 최정희 이윤화 기자] 4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4.4% 올라 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4%대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4월엔 전기 등 공공요금마저 오르면서 안 오른 것 없이 모조리 물가 상승세를 키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물가 고점은 아직 멀었다고 입을 모았다. 7~8월께 여름은 지나야 고점을 얘기할 수 있고, 그 전까진 월간 물가 상승률이 5%를 찍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데일리가 3일 발표되는 4월 소비자물가동향을 앞두고 9명의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비 4.4%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4.4% 물가 상승률이 현실화하면 2011년 8월(4.7%) 이후 10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세다. 연간으론 4.1%로 전망돼 2008년(4.7%) 이후 14년 래 가장 높은 물가가 예상되고 있다.

*레인지 전망의 경우 상단을 표시, 연간 전망은 4%초반·4%대는 4.1%로 3%후반대는 3.9%로 적용해 중간값 표시
(출처: 각 회사)


3월엔 물가가 국제유가 급등으로 전월비 0.7%나 올랐지만 4월엔 유가가 하락하면서 0.3~0.6% 가량 오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1~3월까지 매월 10%대 안팎의 상승률을 보였으나 4월엔 4% 가량 하락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화 약세가 심해졌다. 환율은 지난 달 28일엔 1272.50원까지 올라 한 달 전(1212.10원)보다 무려 60원 가량 뛰기도 했다.

이에 수입물가 상승폭이 커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3월 수입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비 35.5%로 넉 달 만에 35%대로 뛰어올랐다. 높은 수입물가 상승세에 생산자 물가 또한 3월까지 석 달 연속 8%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입, 생산자 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4월엔 거리두기가 폐지되면서 외식 등 서비스 물가가 급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뜩이나 밀 등 곡물 가격이 급등한 탓에 원가 부담이 커졌는데 거리두기 폐지는 소비자 가격을 높이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있다. 외식 물가는 3월에도 6.6% 올라 1998년 4월 이후 23년 11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오른 바 있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유가는 4월에 안정됐지만 농산물, 원재료 등 수입가격이 모두 올랐다”며 “거리두기 해제로 외식 등 서비스 가격도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밀가루, 식용유, 팜유 등이 올라서 프랜차이즈 말고도 자영업자들의 물가 인상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이런 부담이 얼마나 커졌느냐가 4월 물가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세에 공공요금도 가세했다. 4월부터 전기요금이 킬로와트(kWh)당 6.9원 인상됐다. 4인 가구의 한 달 평균 전기 사용량을 기준으로 전기요금 부담은 약 2120원(부가세 및 전력기반기금 제외) 올랐다.

4%대 물가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7~8월 여름에 가서야 월 물가 상승률을 기준으로 고점을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높으면 5%까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7월 정도에 물가가 5% 정도로 고점을 찍고 나서야 3분기 중에 안정세로 접어들 수 있다”며 “유가가 더 빠르게 올라가기도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빠른 속도로 떨어진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박성우 연구원은 “7~8월 여름까지는 4% 후반까지 오르다가 점점 내려가 11~12월에서야 3%대로 꺾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가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국제유가, 천연가스, 밀, 옥수수 등 원자재 가격이 전방위적으로 오르고 있는 데 기인한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세는 국내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데 거의 시차가 없지만 밀, 옥수수 등 곡물가격은 거의 1년의 시차를 갖고 소비자 물가에 반영돼 우크라이나 사태가 끝나더라도 물가 상승 압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또 작년 한 해 수입물가, 생산자물가가 각각 17.6%, 6.4%로 13년 만, 10년 만에 최고로 오르면서 원가 부담이 커졌는데 작년 말에서야 본격적으로 제품, 서비스 가격에 전가되고 있어 원가 부담 전가 현상이 장기화될 수 있다. 또 중국 경기 둔화, 원자재 가격 급등에 취약한 경기 구조 탓에 원화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각종 원자재 오른 여파가 공산품에 전가되는 시차가 있으니 2분기까지는 물가 압력이 클 것”이라며 “환율도 많이 올랐는데 최근 오른 것은 한 두 달 시차를 두고 수입 물가에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