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AZ백신 접종하면 논란 잦아들 줄 알았는데..."

by박지혜 기자
2021.03.24 08:47:49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야권으로부터 ‘1호 접종’ 공세를 받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했으나, 이번엔 ‘주사기 바꿔치기’ 의혹이 제기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오전 김정숙 여사와 함께 서울 종로구 보건소에서 AZ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오는 6월 영국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서다.

그러자 “국민 불신 불식을 위해 문 대통령이 ‘1호 접종’에 나서라”며 정쟁을 부추겼던 야당에서 특혜 시비를 제기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최형두 원내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회의에 참석한다며 ‘패스포트 백신’을 맞는데 국민은 맞고 싶어도 백신 보릿고개에 허덕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세계는 ‘백신여권’까지 도입한다는데, 대한민국 국민은 ‘백신여권’이 없어 무역전선, 글로벌 경제 경쟁에서 뛰기도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여준성 보건복지부 장관정책보좌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과학을 믿으세요! 이 정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여러분의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서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문 대통령의 AZ 백신 접종 영상을 두고 ‘주사기 바꿔치기’ 의혹이 나왔다. 접종 직전까지 끼워져 있던 주사기 ‘뚜껑’이 논란의 원인이 됐다.

녹화 방송으로 공개된 장면에서는 간호사가 주사기를 들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서 백신을 추출(분주)한 뒤 백신과 뚜껑을 뺀 주사기를 들고 가림막 뒤로 갔다가 다시 나와 대통령에게 접종했다.

이때 대통령에게 접종하기 직전 주사기에 뚜껑이 씌어있어서 ‘리캡’ 논란이 발생했다. 주사기 캡을 열고 백신을 추출했는데, 가림막 뒤에 갔다 온 뒤에 다시 캡이 씌워져 있었던 점을 미뤄보아, 가림막 뒤에서 주사기를 바꿔치기했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해 대기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염을 방지하고 접종자·의료진을 보호하기 위해 다시 뚜껑을 끼우는 건 기본 원칙이라며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질병관리청은 “G7 회의 참석을 위해 대통령 내외 등은 종로구 보건소에서 공개 접종을 실시했다”라며 “예방접종관련 허위 조작 정보를 생산, 유포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조국 법무부 전 장관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비방 목적 가짜뉴스의 수준은 상상을 절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미 정쟁으로 번져버린 백신 관련 논란으로 인해 문 대통령의 접종에도 의심의 눈초리가 쉽게 거두어지지 않고 있다.

의혹에 의혹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백신에 대해 제대로 알리려 노력하는 의료진은 허탈함을 나타냈다.

최근 ‘클럽하우스’를 통해 코로나19 백신의 효능·효과·부작용 관련 전문가와 국민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 재미 수의병리학자 김인중 박사는 문 대통령의 접종 소식에 “이제 논란이 좀 잦아들기를”이라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감염병 전문가인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AZ 백신 접종 동의율이 93%에서 77%로 하락했다’는 보도에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던 접종 동의율 감소에 기여한 언론과 정치권에 이러고도 집단면역 달성이나 코로나 상황 안정되길 바란다면 기대조차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이 교수는 “한 달간의 고달픔이 이렇게 돌아오니 허탈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다른 글에서 “코로나 중환자실에 에크모(ECMO, 혈액 내 산소 주입 후 펌프를 이용해 전신 순환을 돕는 장치)하고 있는 분, 인공호흡기 하고 있는 분. 이겨내시길 기도한다”며 “아직 코로나19는 끝나지 않았는데 백신 접종 수용성은 떨어지고 있다. 코로나를 끝낼 생각이 있기는 한 겁니까?”라고 토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