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前정권인사 밀어낸 환경부 블랙리스트, 채용특혜 의혹까지

by노희준 기자
2019.03.09 08:25:41

[환경부 블랙리스트]사퇴종용에서 채용특혜까지
산하기관 임원 24명 임기, 사표 제출 여부 등 문건 폭로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선임 과정 논란이 대표적
김은경 전 장관, 박천규 차관 등 직권남용 혐의 고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종합상황실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물 박스를 가져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지난해 말 김태우 전 수사관이 청와대 특별감찰반 민간인 사찰 등의 의혹을 폭로하면서 촉발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지난 정권 때 임명됐던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사실상 사표를 강요했다는 내용이다. 전(前) 정권 사람을 몰아내고 친정부 성향 인사들을 심기 위해 청와대가 부당하게 개입한 것 아니냐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12월 26일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기관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이란 제목의 문건을 공개했다. 산하 8개 기관과 임원 24명의 임기, 사표 제출 여부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한국당은 블랙리스트 작성 및 보고 과정에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이 관여했다고 주장하며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박천규 환경부 차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 5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세부적으로는 △청와대 지시에 따라 환경부가 산하기관 임원 사표 제출 현황 등을 작성 및 보고하고 △이전 정부 인사를 대상으로 표적감사 등을 벌여 사퇴를 종용했고 △친정부 인사를 심기 위해 특혜를 줘가며 청와대가 환경부 산하기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이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사례가 한국환경공단의 상임감사 선임 과정이다. 환경부는 상임감사였던 김모씨가 사표 제출 요구에 반발하자 지난해 2월 감사에 착수해 사퇴를 종용하고 후임자로 친정권 인사인 언론사 출신 박모씨를 선임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표적감사 방법으로 산하기관 임원들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에 대한 감사가 추진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실제 환경공단의 상임감사 선임 과정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1차 내정자 의심을 받고 있는 박씨가 서류 전형에서 탈락하자 환경공단은 지난해 7월 서류 합격자 7명에 대해 면접을 실시한 뒤 당일 전원 불합격 결정을 했다. 탈락자 중 1등을 했던 지원자는 일부 위원에게 5가지 항목 모두 만점에 근접한 점수를 받고도 탈락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찰은 정권의 낙점을 받은 친정권 인사가 서류 전형 문턱을 넘지 못하자 아예 공모 절차 자체를 없던 일로 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후 환경공단은 재공모에 나서 노무현재단 기획위원 출신인 유모씨를 올해 1월 상임감사로 임명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도 면접 전 관련 자료를 미리 받는 등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주진우)는 지난 5일 유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5시간여 동안 특혜를 받았는지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유씨는 채용 특혜 의혹을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그러나 이번 의혹에 블랙리스트라는 꼬리표를 달지 말아달라는 입장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20일 ‘블랙리스트란 먹칠을 삼가해 주십시오’란 제목의 서명 브리핑을 통해 “과거 정부의 블랙리스트와 이번 환경부의 산하기관 인사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전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법원이 판결을 통해 정의한 블랙리스트의 개념(지원을 배제하기 위해서 계획을 세우고 정부 조직을 동원해 치밀하게 실행에 옮길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다.

김 대변인은 “환경부 장관이 일부 산하 기관에 대해 감사를 벌이도록 한 것은 적법한 감독권 행사”라며 “장관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산하 기관 인사, 업무 등 경영 전체에 대해 포괄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전 정부의 블랙리스트와는 차원이 다른 ‘합법적인 체크리스트’라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