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부동산 돋보기]中 부호 노리다 된서리 맞은 트럼프 사위

by김인경 기자
2017.05.13 09:00:00

트럼프 사위 쿠슈너의 가족기업, EB-5비자 빌미로 부동산 투자 홍보
中 부호 노린 투자이민제 늘고 있어..‘난개발·땅값 왜곡’ 문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인 제러드 쿠슈너[AFPBB 제공]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사위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을 맡고있는 재러드 쿠슈너의 가족기업 ‘쿠슈너 컴퍼니스’는 이달 중국 부호들을 상대로 부동산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쿠슈너 컴퍼니스는 비자 제도가 강화되기 전에 쿠슈너 부동산에 투자하면 미국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며 중국 부호들을 유혹했다.

외국인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일정 금액 이상 투자를 하면 영주권을 주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부동산 투자이민제가 시행한 지 7년이 돼 가고 있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 6일(현지시간) 쿠슈너의 누나 니콜 쿠슈너는 중국 베이징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투자 설명회에서 “쿠슈너 일가는 난민으로 미국에 왔지만 열심히 일을 해 성공했다”며 “여러분도 쿠슈너 사업에 뛰어든다면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니콜 쿠슈너가 강조한 것은 EB-5비자다. 이제까지 미국은 자국 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5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주는 ‘EB-5 비자’를 발급해왔다. 그러나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판 것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반 이민자 정서가 강해지자 미국 의회는 EB-5 비자의 기준을 기존 50만달러에서 135만달러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니콜 쿠슈너는 지금이 투자이민비자 EB-5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투자홍보를 했다.

쿠슈너는 백악관 선임고문이 되며 쿠슈너 컴퍼니스 경영 일선에서 이미 물러났다. 그러나 쿠슈너가 미국 주요 정책을 추진하는 자리에 앉아 있는 가운데 그 가족들이 비자 제도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쿠슈너 컴퍼니즈는 중국 내 비자 장사 논란에 대해 사과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투자 설명회 자체를 사과한 것이 아니라 행사에서 쿠슈너 고문의 이름을 언급한 데에 대해 사과를 한 것이라 논란은 여전히 잦아들지 않고 있다.



쿠슈너 일가가 공과 사를 분별하지 못한다는 비난과 함께 비자를 ‘돈벌이’로 이용한다는 비난들이 쇄도했다. 사실 이같이 부동산 투자를 하면 영주권을 주는 제도는 대다수 중국인 부호를 노린 것이다.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며 중국 부호들은 해외 영주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중국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자녀 교육을 하려는 이들은 해외 영주권으로 눈길을 돌렸다. 또 시진핑 중국 주석이 독재를 강화하기 위해 ‘반부패’를 내걸고 방해세력을 제거하고 있는 만큼 해외로 거주지를 옮기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수요에 한국도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도입한 바 있다.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일정 금액 이상 부동산에 투자한 외국인에게 거주 비자(F-2)를 내주는 ‘부동산 투자이민제’는 지난 2010년 제주도를 시작으로 강원 평창 알펜시아 지역, 전남 여수대경도 관광단지, 인천영종지구 등지에서 시행됐다.

그러나 제주도의 경우 중국인들이 몰려들며 땅값이 천정부지로 오른데다 난개발까지 성행했고 제주도는 2015년 투자이민제 지역을 제주 전역에서 관광지로 축소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부작용 때문에 여전히 부동산 투자이민제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업계 전문가는 “중국인들의 투자가 제주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기보다 자신들의 편법 상속도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