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사 추정 두 명, 버진아일랜드에 '유령법인'(종합)

by안혜신 기자
2013.06.06 14:39:18

뉴스타파·ICiJ '조세피난처로 간 한국인' 5차 명단
문광남·임정주 등 북한 연계 추정
김석기, 페이퍼컴퍼니로 국내 사업 확인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조세피난처에 평양 등 북한을 주소지로 한 페이퍼컴퍼니(유령 법인) 4곳이 설립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미 다수의 페이퍼컴퍼니 설립이 공개된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은 이를 통해 국내에 진출해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립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6일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 5차 명단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인물은 문광남, 임정주 등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르면 페이퍼컴퍼니 등록대행 업체인 커먼웰스트러스트(CTL)의 고객 정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등기이사 주소로 평양시 모란봉구역을 기재한 페이퍼 컴퍼니가 확인됐다. 페이퍼컴퍼니 등기이사는 문광남이며, 이름은 ‘래리바더 솔루션’으로 설립 시기는 2004년 11월이다. 이 회사는 최소 2009년까지 5년간 존속됐다.

또 임정주라는 이름으로 등록된 페이퍼컴퍼니 ‘천리마’, ‘조선’, ‘고려텔레콤’ 등 세 곳도 발견됐다. 뉴스타파 측은 “임정주의 국적은 북한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페이퍼컴퍼니의 이름이 북한식이고 이사진들이 북한 관련 사업에 참여한 흔적이 발견된만큼 북한과 연계됐을 것이란 추정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해외 도피 중인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국내에 진출해 사업을 벌인 것으로 추가 확인됐다. 김 전 사장은 지난 2001년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멀티-럭 인베스트먼트 리미티드’를 통해 국내에서 외국인기업으로 등록해 사업을 하고 있는 게임관련 업체 ‘RNTS미디어’에 대한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RNTS미디어의 지주회사인 네덜란드 법인 RNTS N.V.가 지난 1월 룩셈부르크 장외시장에 상장하면서 공개한 사업설명서에 따르면 RNTS의 최대주주는 지분 33.5%를 갖고 있는 SYSK리미티드, 2대 주주는 25% 지분을 보유한 사핀다 홀딩이다.



SYSK리미티드의 유일한 주주는 멀티-럭 인베스트먼트 리미티드로, 멀티-럭 인베스트먼트 리미티드의 실질 소유주 겸 등기이사는 부인 윤석화씨와 10살된 아들, 김 전 사장의 대리인으로 추정되는 테레사 창이다.

게다가 SYSK리미티드는 김 전 사장이 홍콩에 설립한 법인 킴바코가 만든 페이퍼컴퍼니다. 따라서 김 전 사장은 신분을 숨긴 채 페이퍼컴퍼니 두 개를 거치는 방식으로 사실상 국내 업체를 운영하면서 룩셈부르크 주식시장 상장을 통해 차익을 실현하려는 계획을 갖고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김 전 사장은 지난해 런던 고급저택에 거주했으며, 주간업무보고회의를 주재하면서 RNTS미디어를 사실상 경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시공사 대표이사가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본인의 페이퍼 컴퍼니 명의로 계좌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이 은행에 자신의 페이퍼 컴퍼니(블루 아도니스) 회계 관리와 행정 업무 등도 위탁해 특별 서비스를 받아왔다는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전 대표는 지난 2004년 블루 아도니스 설립 뒤 회사 유지를 위해 설립 대행업체인 PTN에 2004년 페이퍼컴퍼니 등록비용으로 850달러, 2005년 2월에는 1210달러를 입금하는 등 지속적으로 수수료를 지불하기도 했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 자체는 불법은 아니지만 탈세나 비자금 조성을 위해서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국세청은 현재까지 공개된 인사들에 대해 검증한 뒤 혐의가 입증되면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