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재테크 절망에서 희망을 찾자
by조선일보 기자
2008.09.18 10:13:23
달러 실수요자는 조금씩 매입을
예금·대출 3개월 단위로 짧게 끊어라
펀드 주가등락 따라 수익내는 ELF
[조선일보 제공] "아예 재테크를 포기해버려?"
하루에 환율은 50원씩 뛰고, 주가는 90포인트씩 빠지는 세상이다. 고유가에 고공행진만 할 것 같던 러시아 증시도 16일 무려 11%나 폭락했다. 전문가들은 주가 2000이 깨질 때부터 바닥이라더니, 급기야 1400선까지 깨졌다.
회사원 박모(33)씨는 "추석 전까지는 그래도 희망이라도 있었는데, 이제는 희망조차 없다"며 "16일 하루에만 주식에서 2000만원을 날렸다"고 말했다. 하루 앞도 모르는 요즘, 2~3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재테크는 정말 쉽지 않다.
그렇다고 미래를 위해 재테크를 포기할 수는 없다. 요즘 같은 혹한기에 이익을 올리지 못해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생존법은 없을까. 신한은행 이관석 재테크 팀장의 조언을 받아, 재테크 서바이벌 가이드를 알아봤다.
환율은 가장 예측이 힘든 분야다. 정부가 외환보유고를 수십억 달러씩 풀어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을 1000원대 초반까지 끌어내렸지만, 여지없이 튀어올라 최근엔 1150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그렇다고 환율이 급락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유가 안정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늘어나면 환율은 급격히 떨어질 수도 있다.
이럴 땐 어쩔 수 없다. 꼭 달러가 필요한 실수요자들은 마치 적립식 펀드에 들듯 여윳돈이 있을 때마다 조금씩 달러를 사 모으는 수밖에 없다. 연말에 자식의 학비로 2만 달러를 부쳐야 하는 사람이라면 매달 조금씩 사면서 평균 단가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 하루 뒤 환율의 움직임을 알 수 없는데, 1년 앞을 내다보고 기다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전세계 물가 급등으로 금리가 올라간다고 호들갑이더니, 며칠 전부터는 갑자기 글로벌 신용경색이라며 금리를 낮춰 돈을 풀어야 된다고 한다. 금리가 어디로 갈지도 오리무중이다.
대출이 있다면 일단 갚아 나가는 것이 좋다. 미국이 금리를 낮춘다고 해도 한국은행이 조만간 금리를 낮출 가능성은 낮다. 우리나라에는 시중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받는다면, 3개월 단위로 짧게 끊어 금리가 결정되는 상품으로 일단 가입한 뒤, 금리의 추이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예금도 마찬가지다. 특판 정기예금 등이 나오면 가입하되, 전액을 투자해서는 안 된다. MMF(머니마켓펀드)나 CMA처럼 하루를 맡겨도 연 4~5%의 금리를 주는 유동성 자산에도 돈을 넣어두고 미래를 도모해야 한다.
기초자산이 되는 주가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주가연계펀드(ELF)는 한 번쯤 베팅해볼 수 있는 기회다. 예를 들어 'SH한-중파생상품투자신탁 2Y-6호'의 경우 코스피200지수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이 상품은 두 지수가 지금보다 50%까지 하락하지 않는 한 예금금리의 2배(10%대)의 수익률을 보장한다. 코스피 지수가 앞으로 700까지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은 한 번쯤 가입을 고려해볼 만하다.
반면 주식형 펀드 시장은 좀 애매한 상황이다. 어차피 주식시장은 고위험, 고수익의 경향이 강하다. 여기서는 투자자들이 신념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앞으로 1~2년 후 주가가 최소 1400은 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과감하게 투자해도 좋다. 그렇다고 한꺼번에 돈을 넣는 것은 위험하다. 10~15일의 여유를 두고 2~3달에 걸쳐 나누어 돈을 넣어야 한다.
특히 주가가 급락하는 날을 골라 추가 불입을 해 평균 매입단가를 최대한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의 금융시장 붕괴도 '덜 저축하고 많이 쓰려는' 심리에서 비롯됐다. 오르는 집값을 이용해 각종 투자를 했고, 그 결과가 대공황에 버금가는 금융재앙을 일으킨 것이다. 아무리 수익률이 좋은 상품을 찾아도, 결국에는 성실하게 아껴 쓰는 사람이 목돈을 모으게 돼 있다. 이럴 때일수록 재테크의 기본은 아껴 쓰고 저축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