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남창균 기자
2007.11.20 09:59:55
[이데일리 남창균기자]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률 10%이하 단지가 속출하고 있지만 업체들이 이를 숨기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회사(반도건설)에 비춰 보더라도 미분양가구수는 정부 발표의 2배인 18만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권홍사 대한건설협회 회장, 11월19일 지방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미분양 현황은 개별기업으로서는 치부인데 금호건설 현황을 얘기하겠다. 올들어 지난 8월 말 현재 수도권 분양률은 89%로 괜찮은 성적이지만 지방은 54%로 악화돼 있다."(신훈 주택협회 회장, 8월30일 건교부장관 조찬간담회)
주택건설업계를 대변하는 협회 회장들이 잇따라 `양심고백`에 나섰다. 영업비밀에 속하는 미분양 현황을 공개하고 나선 것이다. 정확한 미분양 현황은 이를 파악하는 현장소장과 주택영업본부장, CEO만 아는 기밀이다. 이를 공개하는 것은 장사꾼이 장부를 공개하는 것과도 같아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얘기다. 이는 그만큼 주택건설업계의 사정이 급박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징표이기도 하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9월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아파트는 9만8235가구다. 10월말까지 집계되면 10만가구를 훌쩍 넘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1998년 12월 10만2701가구)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자 준공후 미분양 4채 중 1채는 정부에 `SOS`를 요청했다. 주택공사가 준공후 미분양 매입신청을 받은 결과 전용면적 60㎡이하 1131가구, 60㎡초과가 2928가구 등 총 4059가구(30개업체, 33개단지)가 신청했다. 이는 전체 준공후 미분양 1만5412가구의 26.3%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정부가 분양가의 80% 이하(감정가격 이하 수준)에 매입하겠다고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매도하겠다는 업체가 30곳이나 나온 것이다.
정부는 지난 9월 20일 미분양 해소대책으로 내년까지 공공에서 5000가구, 민간에서 2만가구를 매입하겠다고 밝혔으나 `언발에 오줌 누기`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민간의 미분양 해소책은 구속력이 없어 실현 가능성이 낮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위축된 수요를 살릴 수 있는 세제 지원책 등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의 경우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세컨드 하우스 목적으로 지방 주택을 구입할 때는 관련 세금을 깎아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주택건설업체들도 분양가를 낮추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업체들이 먼저 고분양가라는 `원죄`를 씻어내야만 수요자들도 `양심고백`의 진정성을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