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에 미친 男자들

by조선일보 기자
2006.08.02 12:00:00

“술마실 시간 있으면 매장 하나라도 더 뒤진다”
온·오프라인 숍 쏘다니기 즐겨
“걷는게 싫다면 쇼핑남 포기해야”

[조선일보 제공] 쇼핑이 여성의 전유물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운동화 하나 사려고 백화점 꼭대기 층부터 차례차례 내려오며 모든 코너를 샅샅이 도는 ‘꼼꼼남’이 있는가 하면,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눈으로만 보고 즐기는 ‘아이쇼핑족’까지 유형도 가지각색. “쇼핑은 내가 남과 달라질 수 있는 권리”라며 여자보다 쇼핑을 더 잘하는 남자들의 노하우를 들었다.

◆그릇이랑 사는 서른네 살 남자, 김기환씨

인테리어, 영화미술, 푸드 코디네이터, 플로리스트까지 하는 직업이 많은 이 남자. 그의 쇼핑 목록 1호는 그릇이다. 7개월 전 분당에 스페인 식당 ‘델 시엘로’를 연 건 7년간 수집한 1000여 점의 그릇 덕분이다. 해외여행에선 그 나라만의 독특한 색깔이 묻어 있는 찻잔이나 그릇을 산다. 명품 그릇은 면세점을 이용하지만, 민속 공예품들이 많은 거리 상점이나 벼룩시장도 반드시 들른다. “군더더기 장식이 많지 않은 걸 골라요. 순백의 백자를 좋아하는데, 특히 초보는 무늬 없는 그릇으로 시작하는 게 좋아요.”

단골가게는 남대문 대도상가 4층에 있는 ‘형제주방’, 경기도 이천의 ‘고산요’를 비롯해 동대문 두타 지하의 그릇상가. 이태원 앤틱숍도 시간 날 때마다 둘러본다. 백화점은 가격이 비싸지만 가끔 그릇 하나가 빠진 세트 제품을 싸게 파는 경우도 있다. 그릇은 질감을 확인하는 게 중요해 오프라인 매장을 선호한다.

◆모자와 가방은 ‘밸리’에서! 마케팅맨 박재영씨
‘MLB’나 ‘KANGOL’, ‘John Deere’ 등의 모자를 즐겨 쓰는 ‘엠플’ 쇼핑몰 마케팅 팀의 멋쟁이. 낡아서 버린 것 말고도 모자가 30개, 가방이 20여개. 명동 롯데 영플라자의 ‘Lids’가 단골가게. 루이까또즈의 녹색 빅 토트백이 가장 비싸게 구입한 제품.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샘플로 나온 것을 흥정해 40만원 줬다.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 같은 스포츠브랜드 숍의 편한 가방 종류도 즐긴다. 힙합 스타일을 추구하는 박씨에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소품.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 박씨의 쇼핑 노하우는 대형 매장이나 광고를 옴팡지게 하는 대형사이트보다 골목골목 숨어 있는 ‘밸리(valley)’, 개인 블로거들의 ‘즐겨찾기’에 숨어 있는 사이트를 공략하는 것. 백화점은 갤러리아 매대, 압구정 ‘DC’, 명동은 파라디소(코즈니 건물 3층), 홍대는 고기골목 옆 패션밸리(스타벅스 맞은편 골목 쪽의 프리마켓들), 동대문은 ‘청대문’ 5,6층, 이화여대는 ‘1300K’부터 그 안쪽 골목을 쏘다닌다. 무슨 상품이 업데이트 될지 모르는 곳을 뒤지는 것이 온라인 쇼핑의 매력! ‘www.geopass.com’ ‘www.spoonhouse.com’과 팬시와 문구가 많은 ‘dutyfree365.com’, 빈티지 샵 ‘www.nirvanhwa.com’, 힙합의류 전문 쇼핑몰 ‘www.premiumshop.co.kr’을 즐겨찾는다.

◆청바지에 미친 남자, 회사원 박용근씨



박씨의 쇼핑 아이템은 ‘영원한 젊음의 상징’인 청바지와 티셔츠. 청바지가 장롱에 15장이나 쌓여있다. 가장 애착을 갖는 건, 동대문에서 산 디젤 ‘짝퉁’ 청바지. 제일 비싸게 산 건 17만 원짜리 버커루 진이다.

청바지를 고르는 큰 기준은 색상, 워싱 상태, 피팅 감. 요즘은 스키니 진이 유행이라 다크 색상의 약간 타이트한 제품들이 많이 나오는데, 박씨는 “유행이라고 아무나 스키니 진을 시도하면 낭패”라고 귀띔한다.

일단 청바지를 멋지게 소화하려면 자신의 체형을 잘 알아야 한다. 자신의 경우 아랫배가 약간 나온 스타일이라 로라이즈 진에 부츠컷으로 체형의 결점을 보완한다. 허벅지가 굵은 경우도 부츠컷이 괜찮다. 밑으로 퍼지는 스타일이라 시선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또 다리가 짧은 경우는 밑위가 짧은 로라이즈 진이 다리를 길어 보이게 한다고. 뚱뚱한 사람은 헐렁하게 입으면 더 뚱뚱해 보이므로 약간 조이는 청바지를 입는 게 좋다.

청바지에 가장 어울리는 윗옷은 흰색 셔츠라고 단언한다. 청바지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즐비한 진 매장들을 이용한다. ‘GQ’ 같은 남성잡지를 통해 미리 감각도 익혀둔다. 


▲ 전세계 재미있는 그릇을 사모으는 게 취미인 김기환씨. 그릇뿐 아니라 신발, 시계, 안경도 수집하는 김씨는“술 안마시고 쇼핑하는 게 훨씬 더 즐겁다”는 쇼핑 마니아.
◆쇼핑을 놀이처럼, 서울대생 전성호씨

따로 집중하는 쇼핑 아이템은 없다. 가방이면 가방, 셔츠면 셔츠 등 “필이 꽂히는 대로” 관심을 옮겨간다.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을 선호해 한 번 쇼핑을 나가면 3시간 이상 돌아다닐 정도로 지구력 강한 청년. 대신 쇼핑을 나가기 전 ‘세컨몰(www.secondmall.co.kr)’ ‘간지나라(www. ganzinara.com)’ 같은 패션 쇼핑몰 사이트를 통해 신제품 스타일을 확인한다. “사실 TV는 유행의 끝물을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잡지도 직장인들이 타깃이라 저희 또래에는 잘 안맞아요.” 명동의 ‘파라디소’나 ‘유니클로(영플라자 6층)’ 등 점원이 적거나 없는 매장을 주로 이용한다. 물건을 편안한 마음으로 둘러보고 싶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선 ‘패션플러스(www.fashionplus.co.kr)’나 ‘스푼(www.spoon.co.kr)’에 자주 들러 감각을 익힌다. “쇼핑 잘하는 남자가 되려면 일단 다리 힘을 기르셔야 해요. 걷는 게 싫어 아무 옷이나 집으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