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안근모 기자
2005.03.21 10:01:01
[뉴욕=edaily 안근모특파원] 미국 부자 자녀들의 명문대 입학 전쟁은 걸음마를 막 떼고 말을 좀 배운다 싶을 세살 안팎 무렵부터 시작된다. 사립 유아원(preschool) 입학이 그 것이다.
미국의 사립 유아원은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좀 무리를 해서라도...` 정도의 각오로는 턱도 없다. 지난해 미국 사립 유아원의 평균 수업료는 1만2140달러에 달했다. 여기에 스쿨버스비와 기타비용까지 합하면 2000달러 정도가 더 든다. 눈치 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학교 기금모금 행사에도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뉴욕의 명문학교에 비하면 헐값(?)이다. 브롱스에 있는 호러스만 유아원은 올해 학비를 2만6100달러로 인상했다. 프린스턴 대학 등록금과 비슷한 수준이고, 웬만한 주립대학의 두 배에 달한다.
돈만 있으면 다 되는 것도 아니다.
뉴욕 맨하탄의 경우 최근 실시된 사립 유아원 입학사정 경쟁률이 무려 15대1에 달했다. 하버드대 입학 경쟁률 11대1보다 높아 `하버드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왔다.
몇년전 시티그룹의 통신업종 애널리스트인 잭 그러브먼이 자신의 쌍둥이 자녀를 맨하탄 92번가의 명문 `Y` 프리스쿨에 입학시키기 위해 당시 그룹 CEO인 샌디 웨일과 모종의 거래를 한 일화가 유명하다. 그러브먼은 웨일 회장이 이사직을 갖고 있는 AT&T 투자등급을 올려줬고, 웨일은 그 보답으로 `유아원의 하버드`로 알려진 `Y`에 100만달러 기부를 약속해 그러브먼 아이들의 입학길을 열어줬다.
제비뽑기만 잘 하면 입학할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일단 십여 군데의 사립학교를 알아본다. 그런 뒤 원하는 학교에 새벽부터 줄을 서서 입학원서를 낸다. 명문학교일수록 일찍 가서 줄을 서야 한다. 이후 부모는 일종의 논술시험을 치르고, 아이는 면접고사를 받는다. 아이가 어떻게 노는지 관찰받는 과정도 거친다. 힘깨나 쓰는 친지의 추천서도 필요하다.
`아이비 와이즈 키즈(Ivywise Kids)` 같은 유명한 컨설팅 업체에 수천달러씩 주고 요령을 배우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대부분은 떨어진다. 돈이면 뭐든 다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평생 실패라고는 경험해 보지 못한 부자 부모들은 그야말로 패닉상태가 된다고 한다.
부자들이 이렇게 사립 유아원에 매달리는 것은 먼 장래를 보기 때문이다. 사립 유아원은 사립 유치원, 사립 초등학교, 사립 중고등학교로 착착 올라가는 일종의 관문이다. 공립학교에 비해 월등히 나은 환경에서 공부해 아이비 리그 명문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사립 유아원 입학이 필수적이라고 믿는 것이다.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과정이긴 하지만, 부자들은 이를 일종의 `투자`로 여긴다.
실제로 2만6000달러짜리 호러스만의 경우 고3생의 대학 합격률이 100%라고 한다.
물론 사립학교에 들어간다고 해서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명문대학에 넣기 위해서는 돈을 좀 더 들여야 한다. 자기소개서를 그럴듯하게 쓰고, SAT에 새로 추가된 논술시험을 준비하고, 면접고사 기술을 익히는 등의 과정을 도와주는 사설 컨설턴트를 통해 이른바 `last-minute coaching`을 받는 것이다.
시간당 100달러를 받는 저렴한 곳도 있지만, `아이비 와이즈` 처럼 신문에 자주 이름이 오르는 곳은 전 과정에 2만9000달러를 받는다.
대학 입학 사정관들은 논술 답안지를 대충 훑어만 봐도 학원작품인지 여부를 알아낸다고 주장하지만, 중산층 부모들까지 사설 대입 컨설팅 업체를 찾는 걸로 봐서는 효험이 없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