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희석 기자
2004.01.14 09:48:55
세대교체·구조조정 포석 인사 많아
경기침체로 발탁인사는 찾기 힘들어
[edaily 김수헌 김희석기자] 2004년 대기업인사의 전반부가 마무리됐다. 삼성 SK 현대차 등 `대선자금`에 연루된 그룹들은 어떠한 돌발변수가 터져나올지 몰라 한해를 넘겼다. 대선자금 수사가 가닥을 잡는대로 대기업 인사의 후반부는 전개될 것이다.
대표적인 대기업들의 인사가 남아있어 유보적인 부분이 있지만 이제까지 진행된 인사를 보면 세대교체와 실적에 따른 문책과 발탁을 들 수 있다. 또한 사업구조조정에 대비하는 모습도 엿볼수 있다. 경기가 부진했던 만큼 승진인사는 예년보다 적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현대그룹·대한항공, 세대교체 눈길
세대교체가 두드러진 경우는 현대그룹을 들수 있다.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체제 출범후 처음으로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사장단 8명에 대해 사표를 받아서 이중 노정익 현대상선(011200) 사장, 김지완 현대증권 사장 등 4명을 골라 재신임했고 나머지 4명은 퇴진시켰다.
과거 정몽헌 회장의 주변에 있으면서 제대로 보필하지 못했던 가신출신의 CEO나 부실경영의 책임이 있었던 인사들을 솎아냈다. 전문경영인에 힘을 실어주면서 계열사 인사에서는 KCC와의 경영권방어에서 공이 컸던 임직원들을 승진시켰다.
기업들 가운데 물갈이가 두드러진 곳은 대한항공(003490)이었다. 대한항공은 신년 창립 35주년을 맞아 글로벌 톱10항공사로 도약하겠다는 구호아래 조직과 임원을 대대적으로 교체했다. 우선 심이택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고 전체 임원 108명중 63%에 해당하는 68명에 대해 담당직무를 바꾸었다. 전체임원수도 15%을 감축, 91명으로 줄였다.
◇삼성, 구조본에 "힘"..사장 승진자 50대 초반으로 세대교체도 가속
삼성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장단 인사에서 글로벌 경영체제를 갖추는데 주력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해외 근무경험이 풍부한 인재들을 발탁한 것처럼 올해 역시 국제감각과 경영관리 능력을 갖춘 `젊은 인재` 중용했다. 40~50대 초반 부사장들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세대교체를 가속화했다
삼성그룹의 주력사인 삼성전자(005930)의 경우 업종의 특성상 해마다 이공계 출신들이 약진하는 현상이 올해도 지속됐다.
삼성이 사장으로 승진내정한 부사장 5명은 50대 초반이 대부분으로 55세를 넘지 않는다. 특히 구조조정본부 김인주 재무팀장의 경우 불과 46세로 이번 삼성 인사에서 가장 젊은 사장이 됐다. 21세기 디지털 시대를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젊고 패기넘치는 40대, 50대 초반 인물들을 사장단으로 중용했다는 것이 삼성의 설명이다.
삼성은 앞으로도 구조조정본부이 그룹 경영 지원과 진단활동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학수 구조본부장을 일각의 부정적 예상을 깨고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김인주 재무팀장과 박근희 경영진단팀장도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구조본에 대한 성과보상을 확실히했다.
◇LG·코오롱, 구조조정 위한 포석
기업 구조조정을 대비하기 위한 인사도 하나의 특징으로 꼽힌다. `대선자금`에 연루된 대그룹 가운데 LG그룹만 인사를 단행했다. 증권 카드 투신 선물 부문의 계열분리라는 현안을 마무리하기 위한 포석이다. LG카드 처리를 위해서도 조직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었다.
LG그룹의 인사중 관심이 집중된 곳중 하나는 통신부문. 하나로통신 인수를 통해 통신약체의 오명에서 탈피하고자 했던 시도가 무위로 돌아가자 정홍식 총괄사장을 데이콤 수장으로 선임했다. LG가 통신부문을 어떻게 정리하고 끌고갈지에 대해 정 사장의 `그림`이 주목된다.
구조조정을 위해 코오롱은 서둘러 조직을 재정비했다. 지난 11월 코오롱 그룹은 사장단 인사와 함께 구조조정본부를 폐지하고 전략기획실을 신설했다. 이같은 조치는 실적 부진과 함께 오는 2006년까지 코오롱 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적부진..발탁인사 찾기 힘들어
불황을 겪었던 탓에 실적으로 인한 승진인사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현대상선의 경우는 눈길을 끄는 케이스. 현대상선은 10명의 임원을 승진시켜 전년 4명에 비해 배가 늘었다. 대거 승진인사를 실시한 배경에 대해 현대상선 측은 `구조조정을 완료한후 조직재정비와 영업력 강화에 박차를 가해 영업실적이 크게 호전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년의 경우 경기가 회복된다고는 업종에 따라 수출·내수 비중에 따라 상황은 장담하지 못하는 분위기. 이러한 상황에서 친인척을 승진시켜 결속을 다지는 경우도 보였다. 금호그룹은 박삼구 회장의 친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내실경영`의 의지를 확고히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가 침체된 상황이라서 발탁인사같은 특이한 점은 눈에 띄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이나 SK의 경우 인사를 신년으로 미뤘기 때문에 인사경향에 대한 상징성을 찾기는 약하다"며 "대선자금 전달역할을 맡았던 인사들의 어떻게 배치될지, 홍보 및 정보라인을 어떻게 정비할지 등이 눈여겨볼 대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