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직격탄에…기업의 문화예술 지원도 줄었다

by장병호 기자
2021.07.21 08:56:57

메세나協 ''기업 문화예술 지원 현황'' 발표
2020년 1778억원 규모, 전년 대비 14.6% 감소
클래식 지원 반토막…인프라·미술 지원도 줄어
"문화예술기부금 세액 공제 등 정부 대책 필요"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한국메세나협회가 발표한 ‘2020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는 전년 대비 14.6%(302억 9500만원) 감소한 1778억 4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원 기업수는 390개사, 지원 건수는 953건으로 각각 전년 대비 28.7%, 33.4% 감소했다.

2010~2020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 변동 추이(사진=한국메세나협회)
2017년부터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던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가 지난해 크게 감소한 이유는 지난해 본격화한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국메세나협회 관계자는 “관객과 대면하며 현장에서 소통해온 문화예술계가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침체되면서 줄어든 문화예술 활동만큼 기업의 지원도 감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문화예술 분야별 지원 금액을 살펴보면 지난해 거리두기 등으로 정상적인 운영을 하지 못한 인프라 분야(공연장·복합문화공간·갤러리 등) 지원 금액(1033억 2800만원)이 전년 대비 9.3%(106억 400만 원) 감소했다.

미술·전시 분야 지원 금액은 이 분야를 꾸준히 지원해온 유통, 숙박·레저 업계 활동이 축소됨에 따라 전년 대비 11.9%(28억 2700만 원) 감소했다. 지난 6년간 지원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해온 문화예술교육 분야도 전년 대비 14.5%(24억 9900만원) 감소했다.



순수예술 분야 중 전통적으로 지원 규모가 가장 컸던 클래식 분야는 전년 대비 42.9%(76억 1500만 원)나 감소했다. 영상·미디어(-3.2%), 연극(-13.9%), 뮤지컬(-44.6%), 비주류·다원예술(-49.8%), 무용(-50.1%) 분야 또한 전년 대비 지원 규모가 줄어들었다. 국악·전통예술(+5.8%)과 문학(+41.9%) 분야의 지원 규모는 증가했으나 전체 지원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큰 이미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2019~2020년 기업의 문화예술 분야별 지원금액(사진=한국메세나협회)
기업 문화재단을 통한 지원 금액은 39억 1600만원, 개별 기업이 예술계에 직접 지원한 금액은 263억 7900만원 감소했다. 기업 문화재단의 경우 아트센터 등 대규모 인프라 운영 지원에 대한 고정 지출이 많아 지원 규모의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으나 개별 기업의 지원 규모는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 주체별 현황을 살펴보면 개별기업 부문에서는 문화 플랫폼 ‘KT&G 상상마당’을 운영하고 있는 KT&G가 전년도에 이어 지원 규모가 가장 컸다. 기업 출연 재단 부문에서는 삼성미술관 리움, 호암미술관 등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문화재단이 1위를 유지했다.

한국메세나협회는 “코로나19 종식까지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막연히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확대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현 상황을 감안해 문화예술 분야 기부금 및 문화예술 교육훈련비의 세액공제 도입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기업 문화재단에 대한 주식 출연 규제 완화 등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2020년 문화예술 지원 상위 10개 재단 및 기업(사진=한국메세나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