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방의 감초]가을 전어…집 나간 며느리는 왜 돌아왔을까
by이지현 기자
2020.09.05 13:35:17
17. 전어 편
고소한 냄새에 고된 시집살이로 지친 며느리 마음 돌리게 한 듯
한방 효과 확인 안 됐지만 허기진 시절 좋은 영양식으로 평가
이데일리에서는 알면 약이 되고 모르면 독이 되는 우리 주변의 약이 되는 음식 이야기를 대한한의사협회의 도움을 받아 연재합니다. 산천을 누비던 동물들은 몸에 좋다고 잘 못 알려지며 남획으로 사라졌고 흔히 볼 수 있던 풀들도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연재를 통해 진짜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찾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긴 장마의 눅눅함과 더위가 태풍 마이삭으로 싹 사라진 느낌입니다. 아침 공기가 싸늘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오는 7일이 24절기 중 백로(새벽에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때)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 가을에 접어들었구나!”를 느끼게 됩니다.
가을 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바로 ‘전어’입니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말이 수식어로 따라붙습니다. 이유는 뭘까요?
전어를 한자로 보면 돈 ‘전(錢)’ 자에 물고기 ‘어(魚)’ 자를 씁니다. ‘워낙 맛이 좋아 돈을 생각하지 않고 사 먹는다’는 의미에서 유래했습니다. 조선후기 실학자 서유구도 농촌의 생활전반을 다룬 책 ‘임원경제지’에서 전어를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서울에서 상인들이 파는데 귀족과 천민이 모두 좋아하였으며 사는 사람들이 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전어(錢魚)라고 한다’라고 소개했습니다.
전어는 담수가 바다로 유입되는 연안에서 알을 낳고 여름에 바다에서 자라다가 성어가 되는 가을에 살을 찌워서 자기가 태어난 연안으로 되돌아오는 습성이 있습니다. 미식가들은 바로 이때를 전어의 제철로 치는 겁니다.
전어는 주로 굵은 소금을 뿌려 굽는데, 이때 노란 기름이 지글지글 배어 나오면서 고소한 냄새를 풍깁니다. 그래서 고된 시집살이에 집을 나갈 결심을 한 며느리의 마음을 다시 돌리게 하는 건 전어의 맛보다 전어의 고소한 냄새 때문이라는 설이 더 유력합니다.
일각에서는 전어가 소변 기능을 돕고 위를 보호하며 장을 깨끗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지만, 고전 의서에서 말하는 전어는 다른 물고기입니다. 의서에 나오는 전어는 철갑상어 ‘전’에 물고기 ‘어’자를 씁니다. 철갑상어과의 물고기를 의미합니다. 이름이 비슷하다 보니 한방 효과가 일부 혼용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고야 한의학연구원 박사는 “동의보감 등과 같은 고전 의서에선 전어에 대해 서술되어 있지 않습니다. 약용의 의미로 보는 것보다는 제철식품의 개념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옛날에는 특히 고지방 고단백 음식을 접하기 어려워 기름진 가을 전어가 좋은 영양식이 됐을 겁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