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story]‘바닷 속 노다지라는데’..망간각·망간단괴 차이는?

by김상윤 기자
2016.08.14 14:47:04

바닷속의 아스팔트 망간각
심해저의 검은황금 망간단괴
채산성은 망간각이 높은편

한국이 보유한 해저탐사 광구. 자료=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최근 정부가 서태평양 망간각 독점 탐사광구를 확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서태평양 공해상 마젤란 해저산 지역의 망간각 독점탐사광구 3000㎢를 확보한 것. 이는 여의도 면적의 350배에 달한다. 앞으로 정밀탐사를 거친 뒤 채산성이 높은 최종 유망광구를 선정해야하는 단계가 남아있긴 하다. 다만 정부는 이 탐사광구에 4000만t의 망간각이 매장돼 있어 연간 100만t씩 생산하면 향후 20년간 총 6조원 가량의 수입산 광물 대체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MB정부의 자원외교 실패로 석유, 가스, 광물 등 해외자원개발이 주춤거리고 있지만 해양자원개발은 지속적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한국이 확보한 독점탐사광구는 망간각, 망간단괴, 해저열수광산 등 총 5곳이다.

망간각은 수심 800~2500m의 해저산 경사면에 들러붙어 있는 금속 덩어리다. 망간을 비롯해 코발트, 니켈, 구리, 백금, 티탄늄 등 30여가지의 광물 성분으로 이뤄져 있다. 해저산 경사면에 아스팔트가 덮고 있는 것처럼 껍질(각) 모양이라는 뜻으로 이름이 지어졌다.

망간각은 크게 두가지 방식으로 형성된다. 바닷물로부터 금속원소가 직접 침전되는 ‘수성 기원’과 해저화산에서 분출하는 뜨거운 용액으로 만들어지는 ‘열수 기원’이 있다. 수성기원으로 형성된 망간각에 코발트, 니켈, 구리 등 유용한 광물이 훨씬 많이 함유돼 있다.

망간각 형성은 바닷물에 함유된 산소의 함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산소 함량이 낮은 산소결핍층에는 산소와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못하고 이온 상태로 녹아있는 금속 원소들이 많다. 이들이 해저산을 지나다가 산소를 풍부히 함유한 저층 해류가 만나면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산화물 형태로 형성된 게 바로 망간각이다. 그렇다고 마법처럼 쉽게 망간각이 형성되는 건 아니다. 마치 흙이 쌓이면서 수십년간 바위가 되는 것처럼 망간각도 100만년에 1~10mm 두께로 매우 느리게 만들어 진다.

망간각 형성 과정.
반면 망간단괴는 망간각보다 수심이 훨씬 깊은 심해 평원에 분포하고 있다. 망간단괴는 바닷물에 녹아있는 금속 성분이 평균 5000m 깊이의 심해저 퇴적물 위에 가라앉아 형성된 주먹만한 크기의 검은색 광물 덩어리다. 일명 ‘검은 황금’이라고 불린다.



중심에는 돌 부스러기, 고래 뼈, 방산충 등이 핵을 이루고, 둘레에는 망간과 철의 산화물을 주성분으로 하는 광물이 마치 나무의 나이테처럼 동심원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다. 망간각이 아스팔트처럼 껍질채 붙어있는 반면, 망간각은 해저면에 점처럼 붙어 있는 모양이다.

망간단괴에 포함된 망간, 니켈, 구리, 코발트는 핵심 4대 금속이다. 첨단 산업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걸쳐 중요한 기초소재로 이용된다. 상대적으로 망간각은 코발트와 희토류 함량이 높은 데다 수심이 낮은 곳에 있어 채광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보통 망간단괴가 어른 주먹크기만큼 되려면 1000만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망간단괴도 열수기, 화산 등으로 만들어지긴 하지만, 대개는 수성, 속성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속성기원은 해저 퇴적물의 공극수(입자 사이의 틈을 채우고 있는 물)에 녹아 있는 망간성분이 퇴적층 교란 과정에서 망간단괴 표면에 달라붙는 것을 말한다. 안정적으로 퇴적물이 쌓이는 속성기원과 달리 불규칙적으로 일어나는 편이다.

망간각(왼쪽)과 망간단괴. 망간각이 껍질처럼 형성된 것과 달리 망간단괴는 심해저에서 주먹만한 크기로 만들어 진다.


해저의 ‘검은 노다지’로 유용한 금속 광물을 함유하고 있는 만큼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 주요국에서 블랙홀처럼 자원을 빨아들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은 선진국보다 30여년 정도 늦은 199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각 국가별 투자 실적은 비공개로 돼 있지만 늦게 시작한 것에 비해 한국도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망간단괴 광구확보 조사및 연구개발만 보면 우리나라는 94년이후 지난 2014년까지 약 1억3000만달러를 투자해왔다. 프랑스(1억5100만달러)와 유사한 수준이다. 물론 독일(4억6200만달러), 미국(3억9000만달러), 중국(2억3200만달러) 등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아직은 채산성이 높지 않은 만큼 국가 주도로 이뤄지고 있지만, 향후 민간투자도 함께 이뤄지는 게 과제다. 지상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저환경·자원 연구본부장은 “한국이 선진국보다 늦게 해양탐사에 시작했지만, 짧은 시간에 상당한 투자와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면서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채산성이 확보된다면 민간 투자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