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착잡한 우리은행 `미워도 다시한번`

by하수정 기자
2009.09.04 09:30:15

황영기 회장과 연관된 세번의 징계 `악연인가`
"확장영업은 불가피한 선택 아니었나…" 동정론도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우리은행이 금융당국으로부터 3년 연속 징계를 받게 됐다. 이번에는 `기관 경고` 또는 `일부 영업 중지`가 내려진다.  

첫 번째는 기관 경고로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과 관련한 금융실명법 위반 때문이었다. 삼성출신인 황영기 KB금융(105560)지주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을 지냈을 시기 연루됐던 사건이다.

두 번째는 우리파워인컴펀드 불완전 판매 문제로 기관 경고를 받았다. 이 역시 황 회장 재임시절 판매됐던 펀드다. 이번에 받게 되는 세 번째 제재도 황 회장 시절 투자했던 미국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디폴트스왑(CDS) 손실로 인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은행이 세 번 연속 맞는 곤장은 모두 과거 황 회장과 연관돼 있다. 전현직 임직원 40여명 무더기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에, 일부 영업을 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우리은행은 황 회장을 실컷 원망해야 할 처지다. 실제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나 우리은행이 직간접적인 손실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야한다는 목소리가 간간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우리은행 한편에서는 중징계를 받게 된 황 회장에 대해 `동정론`이 일고 있다.

`정치적 희생양이 아니냐. 상당히 가혹한 처벌인 것 같다. 앞으로 어느 누가 소신있는 경영을 할 수 있겠느냐. 미꾸라지 같이 빠져나간 인사도 있는 반면 황 회장은 당국과 언론에 너무 부각됐다` 등등…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과거 황 회장 시절 공격적인 확장영업으로 현재 후폭풍을 맞고 있는 것에 대해 힘들어 하면서도, 당시에는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황 회장이 우리금융지주(053000) 수장으로 있던 2004년~2006년은 바야흐로 `금융대전` 시기였다. 너도나도 인수합병(M&A)과 공격적인 영업으로 몸집을 불리던 때. 신한은행은 조흥은행을 합병해 거대은행으로 재탄생했고 주택은행과 합친 국민은행은 외환은행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었다.

반면 우리은행은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M&A 속에 중위권 은행으로 뒤쳐질 위기에 놓여있었다. 그토록 원했던 LG카드 인수는 예보의 반대로 포기해야만 했다. 자체 영업을 통한 성장만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황 회장은 당시 정부가 강조하던 투자은행(IB) 업무를 비롯해 주택담보대출 등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었고 우리금융그룹의 자산과 시가총액을 끌어올렸다. 그 과정에서 우리파워인컴펀드 판매와 CDO·CDS 투자도 공격적으로 진행됐다.

우리은행의 한 직원은 "당시에는 자체적인 성장전략을 밀어부치지 않으면 M&A로 무장하고 있는 경쟁사를 따라잡을 방도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화려한 실적을 거두며 성장하던 그 때를 맛 본 직원들은 황 회장을 원망하기만 할 수는 없다"고 털어놨다.

우리은행 일부 직원들은 황 회장이 정부의 기분을 맞추기보다 제 목소리를 냈던 사실을 기억하기도 한다. 예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직원에게 특별성과급을 지급했던 것이나 경영정상화 이행각서(MOU) 조정 요구, 은행 경영 자율성 침해에 대한 불만 제기 등이 직원들은 내심 속 시원했다는 얘기를 한다.

황 회장이 3000명이 넘는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당시로선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한 것도 직원들에게는 고마운 일로 남아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황 회장 때문에 세 번 연속 징계를 받게 됐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는 애증(愛憎) 같은 감정이 있는 것 같다"면서 "결과는 차치하고 우리금융에 열정을 쏟았던 사람이 중징계를 받게 된 것은 씁쓸하다"고 사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