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국민소득 단 1만불 차이?

by최한나 기자
2008.05.27 10:14:53

한국,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수준..구매력 소득격차 작아
최근 수년동안 한국 물가 높은 상승세..추세는 ''구매력 격차 확대''

[이데일리 최한나기자] 일본과 우리나라의 일인당 국민소득 격차가 1만달러밖에 안난다?

먼 훗날의 꿈 같은 얘기가 아니다. 지난 2006년 구매력평가(PPP) 환율을 기준으로 한 우리나라의 일인당 국민소득(GNI)은 2만2990달러. 3만2840달러를 기록한 일본과 불과 1만달러밖에 차이나지 않는 수준이다. 
  
그러나 8000달러 정도에 불과했던 5년전과 비교하면 구매력 기준 양국간 소득격차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물가가 일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오른 탓에, 실제 구매력을 기준으로 한 소득차이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시장에서 형성된 환율을 기준으로 양국의 국민소득을 비교하면 격차는 까마득하다. 세계 2위를 자랑하는 일본의 일인당 국민소득은 3만8630달러(2006년 기준). 우리나라의 일인당 국민소득(1만7690달러)을 두배로 불린 것보다도 큰 규모다.
 

▲ 세계은행, 한국은행, 이데일리

 
 
 
 
 
 
 
 
 
 
 
 
 
 
 
국민소득 격차를 드라마틱하게 줄여준 열쇠는 양국간 물가차.

PPP 환율은 각국 통화가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갖고 있는지 비교하는 환율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일반적 개념의 환율이 외환시장내 수급이나 외환정책 등에 의해 결정되는 반면, PPP 환율은 한 나라의 통화를 미국 달러화로 환산했을 때 얼마만큼의 구매력을 지니는지 나타낸다. 물가를 감안해 결정되기 때문에 국가간 물가 수준을 비교할 때 유용하게 쓰인다.

예컨대 기준시점에 햄버거 한 개를 우리나라에서 1000원에 샀고, 미국에서 1달러에 샀다면 이 때 PPP 환율은 달러당 1000원이다. 1년후 시장환율이 여전히 달러당 1000원이더라도 우리나라 물가가 올라 햄버거 한 개 값이 1200원에 됐다면, PPP 환율은 달러당 1200원이 된다. 물가가 오른만큼 우리나라 원화의 가치(구매력)가 떨어진 것이다.


일본의 일인당 국민소득이 시장환율을 적용했을 때보다 6000달러나 줄어든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일본 물가수준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반면 물가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우리나라의 경우, PPP 환율을 적용했을 때의 국민소득이 시장환율을 적용했을 때보다 5000달러 가량 늘었다. 우리나라 물가가 일본보다 낮아, 달러로 환산한 우리나라 원화의 구매력이 일본 엔화에 비해 더 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시장환율이 원화의 실제 구매력에 비해 높다는 뜻도 된다. 즉 시장에서 결정된 원화가치가 실제 가치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로, 달러/원 환율이 떨어져야 실제 구매력에 걸맞는 수준이 된다는 얘기다.

2006년 연평균 환율은 955원. 1050원을 오가는 최근과 비교했을 때 90원 이상 낮은 수준이다. 환율만 놓고 보면, 시장환율과 PPP 환율간 격차는 올들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5년전과 비교하면 양국간 물가와 환율이 그동안 어떤 방향으로 움직였는지도 나타난다.

시장환율 기준으로 2만2610달러(2002년)였던 한일 양국간 소득격차는 2만940달러(2006년)로 줄었다. 반면, PPP 환율 기준으로 2002년의 소득격차는 2006년(9850달러)보다 훨씬 작은 7910달러(2002년)에 불과했다.
 
원화가 가파르게 절상되고 물가는 빠르게 오르면서, 시장환율을 기준으로 한 소득격차는 축소되고 PPP 환율 기준의 소득격차는 커진 것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물가상승세를 감안할 경우, 원화의 실제 구매력은 더욱 줄어들고, 한일간 구매력 소득격차는 더욱 확대됐을 가능성이 높다. `물가가 오르면 실제 구매력이 떨어진다`는 지극히 당연한 얘기가 환율로도 확인되는 셈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론상 물가가 오르면 PPP 환율은 떨어지게 된다"며 "그만큼 원화의 구매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원화의 구매력이 떨어진다면 당연히 소비에는 악재다. 같은 금액을 쥐고 있더라도 살 수 있는 능력은 그만큼 줄어든 셈이 되기 때문.

이성권 굿모닝신한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대형마트와 백화점 매출 증가율이 3월에 비해 둔해진데는 4월 소비자물가가 4%대로 오르면서 구매력이 떨어진 것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며 "물가불안 여파로 소비증가세가 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수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역시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과 달러/원 환율 상승으로 당초 예상보다 물가가 더 많이 오르는게 불가피해졌다"며 "민간 소비 회복도 약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