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터키 ‘리라화’ 폭락.. 원·달러 환율 연고점 경신할까
by김정현 기자
2018.08.12 13:42:19
10일 터키 리라화 장중 23% 급락…
미국·터키 갈등에 터키 경제 ''휘청''
터키 위기 유럽으로 번질 소지 제기
유로화 폭락에 위안화·원화도 ''반락''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미·중 무역전쟁 학습효과에 스멀스멀 하락하던 원·달러 환율이 터키 리라화 폭락이라는 변수를 만났다. 원·달러 환율이 이번주 연중 최고점을 경신할지(원화 가치 연중 최저) 주목된다
1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전거래일인 지난 1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1.7원 오른(원화 가치 하락) 1128.9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4일(1135.2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원·달러 환율은 4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했을 정도로 하락 압력이 우세했다. 지난 3일 1127.6원에 마감했던 원·달러 환율은 6~9일 나흘간 1124.0원→1123.8원→1119.9원→1117.2원으로 레벨을 낮췄다.
그런데 돌연 환율이 급등한 것이다. 이는 오롯이 터키 리라화 급락 변수 때문이다. 특히 리라화 급락이 글로벌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나오고 있다.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가 발단이었다. FT는 유럽중앙은행(ECB) 산하 단일은행감독기구(SSM)가 일부 유로존 은행들이 터키 익스포저(위험노출)에 대해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트위터에 “터키와 관련해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두 배 인상할 것을 승인했다”며 “터키 리라화는 우리의 매우 강한 달러에 대해 급속하게 하락하고 있다. (터키산) 알루미늄 관세는 이제 20%가 되고 철강관세는 50%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터키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터키 리라화 가치는 추락했다. 장중 리라화는 23%까지 폭락했다. 유로화 가치도 덩달아 급락했다. 이는 다시 달러화 가치를 올렸고, 달러 가치가 상승하자 원·달러 환율도 크게 올랐다. 10일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지난해 7월 이후 최저 수준 급락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는 1년1개월여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터키발(發) 암초에 원화가 휘청이는 장세가 이번주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주 연고점(1135.2원)을 경신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 딜러는 “글로벌 외환시장이 살얼음판”이라면서 이다. 원·달러 환율도 연고점 경신이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터키 경제와 직접적인 연관이 크지 않은 만큼 환율 상승은 소폭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터키 리라화 가치가 원화로까지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많아 터키 영향이 희석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위안화의 방향성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커플링(동조화) 현상이 다소 약화되기는 했지만, 터키 변수로 인해 달러·위안 환율이 예상 밖 급등한다면 원·달러 환율도 동조화할 가능성이 있다.
김두언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터키 변수로 이번주 위안화 가치가 약화될 것”이라며 “무역전쟁 긴장감이 여전하고 중국경제 둔화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라 위안화 가치가 크게 내릴 수 있어 원화 가치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