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온라인 판매 시대…연착륙 준비 나선 자동차 회사들
by김형욱 기자
2016.08.24 07:00:00
당장은 내부단속 강화… 온라인 가능성 논의도 활발
"도입 막긴 어렵지만 오프라인 몫 여전히 존재할 것"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자동차 온라인 판매 시대가 바야흐로 눈 앞으로 다가왔다. 자동차 회사는 온라인 판매·마케팅 내부 단속을 한층 강화하고 나섰으나 다른 한편으론 온라인 판매를 위한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005380)는 최근 영국·스페인 등지에 현지 판매사(딜러) 없이 차를 판매하는 디지털숍을 열었다. IT·가전·생활용품처럼 순수한 온라인 판매는 아니지만 지점에 구매요청한 후 집에서 차를 받도록 했다. 중장기적으로 국내 시장 또한 온라인 판매 방식 도입을 모색 중으로 알려졌다.
| 이달 초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강력한 반발을 샀던 티켓몬스터의 재규어 XE 20대 한정 판매 프로모션. 티켓몬스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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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수입·판매사도 마찬가지다. 적잖은 회사가 공식적으론 직원의 온라인 판매·마케팅 단속을 강화했으나 내부적으론 온라인 판매가 현실화했을 때를 대비한 준비에 나섰다. 일부 회사는 아예 업종 전환이라는 출구전략을 모색 중으로 알려졌다.
A수입차 판매사(딜러) 관계자는 “결국엔 온라인 판매가 이뤄질 것이란 것에는 업계 관계자 대부분 이견이 없다”며 “회사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온라인 판매 시대에 연착륙하기 위해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온라인 판매는 사실 소비자는 물론 자동차 제조사 경영진도 반기고 있다. 온라인 판매 도입으로 유통 마진이 줄어들면 소비자도 싼 가격에 차를 살 수 있어 좋지만 제조사로서도 더 높은 마진으로 대량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도입은 만만치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실적인 장벽 때문이다.
가장 큰 장벽은 고용이다. 현대·기아차의 전국 770여 직영·대리점과 각각 400여곳 이상의 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직영·대리점, 130여 수입차 판매사에서 일하는 직원은 최소 2만5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온라인 판매가 시작되면 이중 대부분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더욱이 이들 지점의 판매 권역이 지역별로 나뉘어 있고 온라인 판매는 물론 마케팅도 엄금하고 있어 온라인 판매 물꼬가 터지는 순간 업계 전체의 생태계는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이달 초 티켓몬스터가 재규어 XE를 판매하려다 수입사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힌 것 역시 티몬이 현행 자동차 판매구조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에도 온라인 쇼핑몰의 등장과 함께 일부 업체가 신차 온라인 판매를 시도했으나 영업 부문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현대·기아차 등 직영점 체제로 운영하는 회사는 특히 영업노조의 반발을 우려해 언급 자체를 금기시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내부에서 낙관적 의견이 있다. 국산차 B사 영업본부 관계자는 “전자기기도 10여년 전 온라인 판매 도입 후 유통망 붕괴를 우려했지만 아직까지 온-오프라인 판매가 공존하고 있다”며 “하물며 집 다음으로 비싼 자동차의 오프라인 판매망은 이보다 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앞으로는 번거로운 차량 등록이나 유지에 필수적인 정비 부문은 오프라인의 영역으로 남고 실제 판매·마케팅은 온-오프라인이 공존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브랜드의 힘만 뒷받침된다면 새로운 사업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해외에서도 제한적으로나마 자동차 온라인 판매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미국 GM은 2013년 온라인 판매 사이트를 열었고 메르세데스-벤츠와 테슬라도 이후 홈페이지를 통한 판매를 시도 중이다. 중국에서도 최근 이처왕(易車網)·알리바바·장둥닷컴 등이 신차 판매를 시작했다.